노래 ‘록스타’(rockstar)와 ‘선플라워’(Sunflower) 등을 크게 히트시켜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 힙합 가수 포스트 말론. 그가 23일 첫 내한공연을 여는 장소는 서울이 아닌 경기 일산에 있는 킨텍스다. 관객 수만명을 동원하는 세계적 스타가 서울 밖에서 공연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 더욱이 킨텍스는 전시가 주로 열리는 곳이라 내부 바닥이 평평하다. 말론 측은 뒷자리 관객 시야 확보를 위해 객석 열과 열 사이에 단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왜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킨텍스에서 공연을 열까.
공연계에 따르면 예상 관객을 수용할 만한 공연장이 서울에는 없다. 말론의 이번 공연 관객 수는 3만여명. 서울에서 가장 큰 실내공연장인 고척 스카이돔엔 최대 2만5000명이 들어갈 수 있으나, 공연 전후로 프로야구 경기가 예정돼 대관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앞서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방탄소년단 등이 다녀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이달 초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어 공연을 열 수 없다.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린 상암 월드컵경기장도 잔디 관리 문제로 대중음악 공연에 쉽게 빗장을 열어주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2018년 내한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공연을 열었다. 시런 측이 요구한 ‘스탠딩 3만명’ 규모를 갖췄으면서도 서울과 인접해 관객이 쉽게 오갈 수 있는 장소로 고른 곳이었다. 매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되던 전자음악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도 올해 새로운 공연장을 물색하느라 바쁘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하루 5만명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주류 판매와 안전 관리가 용이한 곳을 찾고 있다”면서 “서울 밖에서 공연을 열면 관객이 진입장벽을 높게 느낀다. 올림픽주경기장만 한 공간을 섭외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에 끝난다. 날씨 등을 고려하면 이듬해 봄이 돼서야 이곳을 공연장으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창동과 경기 고양에도 대규모 공연장을 짓고는 있다. 그러나 창동 아레나는 최대 수용 인원이 2만명 아래로 많지 않은 편이고, 고양 CJ 라이브시티는 공사비 재산정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가 잠실에 짓겠다는 3만명 규모 돔구장도 2032년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K팝 콘서트가 사실상 중단돼 현지 팬들이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오는 경우가 늘었다. 반면 대규모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이 한정적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