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패션위크가 시작된 25일(한국시간), 파리와 서울 등 세계 6개 도시에서 명품 패션 브랜드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비판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K팝 팬덤으로 구성된 기후대응단체 K팝포플래닛. 이들은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K팝 팬덤을 공략하면서도 K팝 팬덤의 관심사인 기후 대응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서울 청담동, 파리 패션위크 행사장, 미국 뉴욕 5번가, 영국 런던 본드스트릿, 일본 도쿄 긴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플라자 등 세계 주요 도시 명품 거리에 트럭을 보내 명품 브랜드들의 기후 대응을 촉구했다.
트럭 전광판엔 “K팝 팬 특(특징): 기후 위기에 진심임. 명품 브랜드 특: 미래 소비자 잡으려면 친환경 해야 한다는 걸 모름” “석탄 쓰는 명품 패션에 뜨거운 지구는 더 끓는다” “명품 패션, K워싱 실화가?” 등의 문구가 적혔다.
K워싱은 K팝포플래닛이 만든 신조어다. 기후 대응에 미흡한 명품 기업들이 K팝 아이돌 스타를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해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행위를 꼬집는 의미다. 이번 트럭시위에는 그룹 블랙핑크의 프랑스, 멕시코,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팬들과 인도네시아에 사는 아미(그룹 방탄소년단 팬덤) 등이 참여했다.
현재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 홍보대사로 발탁된 K팝 아이돌은 줄잡아 수십 명이다. 그룹 블랙핑크는 걸그룹 최초로 멤버 4명 전원이 서로 다른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구찌, 루이뷔통, 발렌티노, 카르티에 등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생인 그룹 뉴진스 멤버 혜인은 최연소 루이뷔통 앰배서더로 뽑히기도 했다.
K팝포플래닛은 이들 브랜드가 기후위기 대응책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K팝포플래닛과 국제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가 해외 명품 기업의 탄소배출량과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F로 점수가 가장 낮았다. 셀린느와 디올은 각각 E, 생 로랑은 D로 모두 낙제점을 기록했다.
이다연 K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명품 브랜드가 아이돌과 협업하는 것은 연령층이 낮은 K팝 팬들을 소비자로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정작 끓는 지구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브랜드의 환경적 책임감을 얼마나 예민하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미래 세대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매장과 사무실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쓰는 반쪽짜리 약속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 사는 블랙핑크 팬 K(가명)씨는 “블랙핑크는 UN 기후변화회의(COP26)의 홍보대사로서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고, 지구를 위한 행동과 지지를 보여줬다.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는 이런 활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명품 브랜드들의 그린워싱이 블랙핑크의 작업을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K팝포플래닛은 이들 기업에 △ 2030년까지 공급망 내 100% 재생에너지 사용 약속 △ 1.5℃ 지구온도 상승 제한을 위해 2030년까지 절대 배출량 43~48% 감축하는 목표 수립 △ 공급망 관련 정보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