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의 남호독서당과 성동구의 동호독서당이 대표적인데,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지금은 표석만 남아 있다.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하여 책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린 왕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서뿐만 아니라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서적 출판 등 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책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실천한 왕들이 당대의 역사를 이끌었고 후대에도 존경받는 왕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이어받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윤석열정부가 출판과 독서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했다. 지난 8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전체 예산안 중 문화예술 예산은 올해보다 1.9% 줄어든 2조2704억원이다. 문체부는 2024년 예산안을 6조9796억원으로 올해보다 3.5% 상향했지만, 오히려 문화예술 기초사업에 해당하는 예산은 줄어들었다. 반면 콘텐츠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1250억원 늘어났다.
저술, 출판, 독서와 관련된 책문화는 문화콘텐츠산업의 기초 역량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풍요로운 문화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화권리이다.
문체부 예산 중에서 출판 및 독서예산은 체육, 관광, 콘텐츠 예산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예산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아쉬운 점은 예산의 삭감 이전에 정부와 현장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문화예산이 효율적이지 않거나 감사 등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삭감보다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했다.
예산 삭감만이 좋은 대안이 아니다. 정부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선량한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지난 9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30세대의 월평균 서적 지출 비용은 9033원으로 1년 전보다 34.1% 감소했다.
2030세대의 월 도서구입 비용이 1만원 아래로 감소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독서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문체부 등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해서는 다양성과 공공성을 균형감 있게 이끌어가는 정책 수립과 구현, 문화 생산자와 문화 소비자의 상생을 위한 협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한국출판학회 이사이다.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와 세명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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