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인근에 차박·캠핑족이 몰리면서 주차난을 겪고 있다. 일부 차박 캠핑족이 명당을 차지하려는 ‘알박기’로 관광지 인근 주차장, 공영주차장 등을 점령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단속·계도는 쉽지 않다.
지난 10일 오후 6시 경기 안산시 시화나래휴게소엔 휴게소 주차장 곳곳에는 차박·차크닉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 캠핑카와 차들이 곳곳에 주차돼 있었다. 이 휴게소의 공용 주차장은 차박 금지 구역이다. ‘야영 및 차박 금지’ ‘장기 주차 금지’ 등 유의사항이 적힌 안내판이 곳곳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주말엔 나들이객까지 몰려 주차장이 매우 혼잡하다고 한다.
경기 안산시 시화나래휴게소 관리자 A씨에 따르면 이 휴게소는 차박·캠핑족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 공간 부족이다. A씨는 “차박 캠핑을 하면 최소 몇 시간 이상 머무는데, 차들이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작 휴게소를 들러야 하는 고객들이 주차를 못한다”고 했다. 캠핑족이 온종일 머물며 내놓는 쓰레기도 문제다. 24시간 열려 있는 공용화장실은 일부 차박 캠핑족이 몸을 씻거나, 먹고 남긴 음식을 변기, 세면대 등에 버려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근에 있는 경기 안산시 방아머리 해수욕장 주차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수욕장 인근 상인은 “차박 캠핑을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라며 “주말 오전 10시 이전이면 주차장이 전부 차 혼잡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모습은 무료 공영주차장과 관광지 주변 주차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인천 한 해수욕장 임시주차장을 방문한 박모씨는 “주차 공간이 없어 다들 뱅뱅 도는데, 캠핑온 사람들이 여러 주차면에 타프, 텐트 등을 펼치고 놀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일부 시민들이 주차장을 장기 점거해도 강제 견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큰 규모로 차고지 등록이 필요한 캠핑카는 밤샘 주차 단속이 가능하지만, 일부에 그친다. 휴게소 관리자 A씨는 “주차 민원이 많다”며 “단속 권한이 없어서 차박이나 오래 머무는 이용객에게 ‘여기는 금지 구역으로 출차 부탁한다’고 말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법이 개정돼 강제 철거가 가능해진 알박기 텐트 대신 캠핑 트레일러를 무단으로 장기 주차해도 단속은 되지 않는다. 직장인 이모씨는 “해수욕장 주차장에 트레일러가 알박기하고 있더라”며 “해수욕장 주차비는 거의 무료라, 트레일러를 주차해 놓고 별장처럼 한 번씩 와서 놀고 가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폐족 때문에 멀쩡한 캠핑족이 욕먹고, 점점 다닐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는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차장법에서 과태료 등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라며 “법 테두리 내에서, 무료 주차장에 주차한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캠핑 트레일러도 화물 소형으로 차량을 등록하면 엄연히 자동차로 등록돼 단속하거나 견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무료 주차장을 이렇게 이용하는 건 양심을 저버린 것 같다”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