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조사회사 34곳이 정치·선거 여론조사를 할 때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을 없애고 사람(조사원)이 진행하는 전화 면접 조사만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여론조사 응답률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경우 최소 10%를 넘도록 했다.
국내 조사 기관 34곳이 가입해있는 한국조사협회(KORA·Korea Research Association)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협회 회장사인 메트릭스, 한국갤럽, 넥스트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한국리서치 등 34개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야 정당 지지율, 총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
정치선거 여론조사 기준은 지난 21일부터 협회 소속 34개 여론조사 기관에 적용됐고, 이들 조사기관은 앞으로 이 기준을 준수해 조사 결과를 공표하게 된다.
기준은 정치선거 여론조사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요건을 전문과 5개 부문(조사·조사자 요건·조사 방법·설문지 구성·자료수집·가중값과 결과 활용)으로 제시했다. 응답률, 재접촉 횟수, 결과표기 방식 등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이 담겼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협회는 전화 면접조사와 ARS의 혼용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녹음된 목소리 또는 기계음을 통해 조사한 ARS가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 아니라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전국 단위 전화 면접조사를 할 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선거 여론조사 기준상 응답률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할 경우 최소 10% 이상, RDD(전화번호 임의걸기)를 이용할 경우 최소 7%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조사대상자의 지역, 성별, 연령대 등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와 달리, 임의 번호만 추출되는 RDD는 상대적으로 표본 크기를 맞춰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부재중이거나 통화 중인 조사대상자에게는 3회 이상 재접촉을 시도해 최초 조사대상자로부터 응답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기준에 담겼다.
조사 결과는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정수로 제시하도록 했다. 표본조사 결과는 오차가 존재함에도 불구, 소수점 이하를 표기하면 이 조사가 과도하게 정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협회는 전했다.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는 표본오차를 고려해야 하고, 조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주관적인 추정에 기반한 해석을 삼가도록 했다.
조사 설문지는 조사 시점의 여론을 왜곡하지 않게 구성해야 하며 2명 이상의 조사자가 상호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 작성하도록 했다. 또 응답률과 응답자 피로도 등을 고려해 13문항 이하로 구성할 것을 권장했다. 조사 기간은 2일 이상 하도록 권장했지만 긴급조사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1일 동안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조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할 것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일상 회장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이 정치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정치권과 언론 등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