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 센터장에게 23일 오전 10시까지 금감원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피의자 신분이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금감원 정문에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모였다. 남색 양복을 입은 김 센터장은 차량에서 내린 뒤 모여든 취재진을 보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김 센터장은 주가 조작 혐의를 인정하는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CIO에게 주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는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빠른 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9만8000원→13만원 주가 폭등…진정서 낸 하이브
김 전 의장과 배 CIO 등 경영진은 지난 2월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투입,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려 경쟁 상대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하이브가 SM 주식을 12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는데, 그 후 9만8000원이던 SM 주가가 엿새 만에 13만원까지 급등했다. 결국 하이브는 SM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하이브는 공개 매수 기간 중 IBK투자증권 판교점 한 곳에서 발행 주식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있었다면서 금감원에 진정서를 냈다.
시세조종, 김범수도 알았나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SM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사경은 카카오 실무진 휴대폰에서 시세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7월 카카오 수사와 관련해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시세조종 단서를 확보했다는 추측이 나온다.금감원은 카카오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를 동원해 SM 주가를 시세조종 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당시 원아시아는 SM 주식 800억원 어치를 대량 매집했는데, 금감원은 원아시아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300회 이상 고가로 매수하는 등 수상한 주문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도 내부 직원들을 동원해 180회 이상 고가 주문을 내놓은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금감원은 원아시아가 지난 2021년 카카오 골프사업 계열사에 1000억원 투자를 단행했고, 카카오 계열사 ‘그레이고’를 인수하는 등 정황을 봤을 때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특수관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금감원은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는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이를 5일 이내에 보고, 공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 매각해야할 수도…주가 가파른 내림세
만약 김 창업자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현행법상 규정한 대주주 적격성에 위배돼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현재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각각 카카오뱅크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사회적 신용 요건으로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은행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카카오뱅크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 주가는 7 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바닥을 치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82% 하락한 3만 795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3만9050원에 이어 52주 신저가를 또다시 갱신했다. 한때 ‘국민주’로 불리며 2021년 17만원 선까지 급등했던 것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도 못 미친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는 “이제 수사 시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걱정”, “2만원이 보인다” 등 소액주주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다.
2019년 7월 특사경 출범 이래, 조사 대상을 포토라인에 세워 공개하는 것은 김 전 의장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이 수사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소환 사실이 알려졌고, 취재진 질서 유지를 위해 정문에 장소를 마련한 것일 뿐”이라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금감원이 포토라인을 세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