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양육시설 관계자 A씨는 “서울로 대학을 보내는 데 학원비가 총 250만~300만원 정도 든다면, 아이들(시설보호청소년)에겐 30만원 정도 지원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서울 명문대가 많은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다녔을 아이가 그보다 낮은 성적의 대학에 입학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대입 과정에 사교육 의존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A씨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비용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공교육만으로 대입을 준비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인 가운데, 시설보호청소년들은 사교육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시설에서 교육에 투자할 경제적 자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사실상 ‘사교육 공화국’이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22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대부분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52만4000원으로 2021년 48만5000원보다 7.9% 포인트 늘어났다. 또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약 26조원은 지난해 교육부 유초중고 예산 약 71조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2021년 23조4000억원에서 한 해만에 10.8% 포인트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설에서 보호청소년 사교육에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적이다. 교육비용을 따로 지원받지 않기 때문에, 시설이 받는 총 운영비에서 일정 금액 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 당장 급한 의식주 비용에 먼저 지출하면 교육비에 큰 금액을 쓸 수 없게 된다.
시설은 보호청소년의 교육 공백을 보완하려면 학습비 지원 사업에 지원해야 한다. 기초학력 증진이 필요하거나 우수한 학업 성적을 갖추는 등 특정 모집 요건에 맞는 개인 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활동을 수행하려는 기관 등에 몇몇 단체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습비 지원 사업에 선정돼도 한계가 있다.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B 재단이 올해 서울 권역 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서 기초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80명 정도. 예체능 분야 지원 부분은 총 60명이고, 특정 지역에 한정해 선정된 예체능과 학업 분야 우수자를 지원하는 사업의 규모는 15명에 그친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호대상아동 현황 보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서울에만 728명의 보호대상아동이 존재한다.
다른 사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C 단체에서 진로 실현을 위한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은 서울, 경기북부, 강원 지역으로 한정돼 있고 지원 규모가 10명 정도다.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에 각각 50만원과 200만원을 지원하는 D 위원회의 장학 사업은 전국에서 고등학생 70명, 대학생 50명 정도를 선발한다.
학습비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는 점도 문제다. 공교육 공백과 지원 부족으로 생겨난 빈틈은 시설 양육자의 사비로 메워지기도 한다. 신선 아름다운재단 캠페이너(30)는 “학원에 다니는 비용은 후원금에서 메웠다”라며 “비용이 부족하면 (시설) 선생님들이 직접 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학 입시는 사회 초반의 경험과 다양성은 물론, 일자리의 안정성, 임금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하다. 보호청소년 당사자들도 지원금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다. 2015년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공부를 잘하는 시설보호아동의 생활경험‘ 논문에서 한 학생은 “능력보다는 선행학습이나 사교육 같은 지원이 부족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전문가는 시설보호아동 등 취약계층의 교육 지원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원을 통해 인재를 개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우수한 역량을 가진 아이들이 있어도 열악한 환경 탓에 제도적 시험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역량이 드러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