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컵 규제 유예…“바람직한 결정” vs “직무유기”

빨대·컵 규제 유예…“바람직한 결정” vs “직무유기”

기사승인 2023-11-07 20:41:41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연합뉴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을 제한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낸 반면 환경단체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환경부는 7일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계도 종료 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및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들은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소공연은 “지금 사업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규제할 경우 소상공인은 비싼 가격의 생분해성 제품 사용에 따른 비용 증가, 세척시설 설치나 직원 추가 고용에 따른 추가 지출, 생분해성 제품의 품질 불만족에 따른 소비자 항의와 매출 저하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규제는 소상공인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보조를 맞춰 가야 정책의 취지에 따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매출 타격도 온전히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3고(高) 현상과 인력난, 비용부담,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종료 시 현장의 큰 경영애로와 혼란이 예상됐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편의점 업계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 중인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잘 썩지 않는 종이컵이나 빨대, 비닐봉지 등 작은 것부터 줄여나가는 데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환경부가 환경정책의 책임을 저버린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종이컵도 1년에 248억개씩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서울환경연합도 “예정돼 있던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1회용품 규제를 준비하던 소상공인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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