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최근 식품업계에선 ‘슈링크플레이션’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 단속에 나서며 가격 인상을 최대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곳곳에선 슈링크플레이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인상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라면과 빵, 우유 등 7개 주요 식품을 대상으로 전담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 관리에 나섰다. 또 물가를 관리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 현장대응팀 가동에 나섰다. 또 주세 개편을 검토하며 소비자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정직한 경영행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가격과 함량, 중량 표시가 정확해야 한다. 정확하지 않으면 현행 법규에 따라 엄정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식품업체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행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가격인상 자제 압박이 늘고 있는 탓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번들 제품의 개당 용량을 375㎖에서 370㎖로 줄인 데 이어 지난달 주요 맥주 상품의 출고가를 6.9% 올렸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 ‘고향김치만두’는 450g에서 378g으로, ‘고향만두’는 415g에서 378g으로 양을 줄였다. 동원 F&B는 지난 9월부터 대표 제품 ‘양반김’의 중량을 10% 줄였고, 풀무원은 지난 3월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한봉당 개수를 줄인 바 있다.
이같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종의 눈속임 측면이 강해서 기업이 이를 직접 공지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해지면 기업 측에선 슈링크플레이션을 포함한 고용 불안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정부가 기업에 가격 인상을 하지 마라고 압박한다고 해서 문제 해법이 되진 않는다”며 “가격 통제로 근본적인 물가 상승을 막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물가 자제) 압박에 기업은 두가지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하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다른 하나는 생산량과 고용을 줄이는 식”이라며 “생산량을 줄여서 손실을 최소화해도 현재 이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향후 더 크게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