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괴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괴물’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앞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로 한국을 찾았던 당시에도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22일 화상으로 취재진과 만나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화상 간담회는 서울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생중계됐다.
‘괴물’ 너머 진실 찾기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 아닌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각본을 썼다. 작가가 먼저 작업을 의뢰하고 감독이 이를 수락했다. 2018년 6월에 받은 각본은 팬데믹을 거쳐 5년 동안 후작업을 거쳐 지금의 형태를 거쳤다. 감독은 플롯을 읽으며 모호함 속 긴장감을 느꼈다고 한다. 감독은 “담임과 엄마 중 누가 나쁜지, 괴물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게 찾고 있더라”면서 “후반부에 다다라서야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단 걸 깨닫고 스릴을 느꼈다”고 했다. “나였다면 절대로 쓰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말을 잇던 감독은 “괴물이라는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지, 내가 느낀 이 긴장감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상실과 긍지
‘괴물’은 지난 3월 작고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유작이다. 영화에는 사카모토가 ‘괴물’만을 위해 만든 신곡과 기존 발표 곡이 함께 쓰였다. 한밤중 호수를 비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전자의 대표적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사카모토 류이치를 대표하는 피아노곡 ‘아쿠아’가 나온다. 그에게 허가받기 전에 미리 편집단계에 해당 트랙을 배치했을 정도로 고레에다 감독이 애착을 가진 곡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 ‘괴물’이라는 게 안타깝다”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계의 큰 손실”이라고 했다. 이어 “사카모토 류이치가 남긴 음악은 앞으로도 시대를 초월해 모두가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분의 작업에 ‘괴물’이 남은 게 내게는 큰 긍지”라고 힘줘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 밝힌 최고의 해피엔딩이란
‘괴물’은 사건을 배치하고 관점을 서로 다르게 접근한다. 그 안에 얽힌 감정선 역시 복잡하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이 연기하게 한 전작 ‘아무도 모른다’와 달리 아역배우에게도 정제된 연기를 요구해야 했던 이유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이뤄진다. 극에서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이 자주 쓰는 ‘남자가~’라는 표현을 통해 의도 없는 억압과 폭력 가해를 드러내는 식이다. 섬세하게 접근한 만큼 결말도 15개 버전을 만들어두고 작업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최고의 해피엔딩”이라는 생각으로 지금 결말을 최종 발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무엇을 향해 가느냐보다 스스로 무엇을 가장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봤다”고 귀띔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