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포호, 남대천 찾은 50여종의 겨울 철새
- 10월부터 찾아와 이듬해 3월까지
바다와 인접한 푸른 호숫가 옆 나목 위에 맹금류 말똥가리와 까치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기 싸움이 한창이다. 단독 생활을 하는 말똥가리에게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가 영역을 확보하기 다투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나무아래 넓은 습지에는 온통 하얀색 큰 몸집에 긴 목을 가진 한 무리가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영한다. 또 한 무리는 무엇에 놀랐는지 달음질치듯 수면을 박찬 뒤 몸집 보다 훨씬 큰 날개를 펴고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어디선가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도 들린다.
탐조객과 사진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녀석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큰고니(천연기념물 제 201-2호)’이다.
경포호와 경포호 주변의 농경지를 습지를 되돌린 ‘가시연 습지’에서는 초겨울을 맞아 큰고니 가족 외에도 청둥오리, 흰비오리 등 오리류, 물닭, 흰꼬리수리, 말똥가리 등 대형 맹금류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깃들고 있다. 경포호 외에도 강릉의 남대천 하구 역시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해 강릉 지역을 찾는 ‘겨울진객’은 줄잡아 5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해안 갯벌이나 철원평야처럼 대규모 무리가 찾아와 군무를 펼치지는 않아도 종의 다양성에서는 이 지역 못지않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이 동토(凍土)가 되기 전 서둘러 수많은 철새들이 따뜻한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강릉 지역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일부 파괴된 자연의 복원 사업도 벌이지만 해가 갈수록 개발 지역이 넓어지고 새들의 먹거리와 쉼터가 줄어들면서 이 지역을 찾는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여 년째 강릉지역에서 생태관련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해온 이종원(강릉·74) 씨는 “사업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매일 남대천과 경포호로 출근한다. 새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두 번째 직업이 되었다”면서 “그 동안 희귀한 새도 많이 촬영하고 우리 지역을 찾는 새들은 거의 빠짐없이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해마다 우리 지역을 찾는 새들의 숫자와 종류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강릉시와 관련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이종원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