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내성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무분별한 시술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툴리눔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는 6일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술 문화의 문제점을 짚고 안전한 사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대표원장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및 사용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이 연평균 2회 이상, 한 번에 2부위 이상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7명은 시술의 효과 감소를 경험했다고 했다. 내성이 의심되는 환자 비율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효과 감소를 느낀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병원으로 이동’(44%)하거나 ‘제품을 변경’(29%)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응답자의 77%는 톡신 시술에 대한 이력 관리를 받은 적이 없었다. 환자에게 내성이 발생해도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적절한 대처나 관리를 하기엔 한계를 갖고 있어 우려가 높다.
박 원장은 “국내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다빈도·고용량 시술이 보툴리눔톡신 내성을 일으키는데, 정작 국민은 내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짚었다. 이어 “의료 소비자들은 시술 효과가 줄어들면 시술을 멈추는 게 아니라 병원을 옮겨 시술을 이어간다”면서 “시술 이력 추적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내성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술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소비자들이 보툴리눔톡신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제품별 내성 안전성과 품질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안전사용 전문위원회는 시술을 받을 때 적정 용량과 주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안전한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도 강화될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툴리눔톡신은 미용 목적 외에도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며 “내성이 생기면 질환 치료 과정에서 직접적, 장기적 영향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정 용량이나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내성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면서 “필요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도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보툴리눔톡신 제품 생산 업체가 많고 가격이 싸다”며 “접근성이 높은 만큼 내성 발생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제품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항체 형성 위험이 줄이고 온도 변화가 없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는 부위별 시술 권장 용량을 파악하고 본인이 어느 정도 용량을 사용했는지,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았는지, 효과가 감소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의료진도 환자가 과거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인규 연세대학교 한국형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K-NIBRT) 사업단 교수는 “미국의 경우 보툴리눔톡신을 취급하려는 사업자와 취급기관에 대한 사전 규제가 마련돼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신고제로 운영되다 보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보툴리눔톡신 취급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을 설정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교육, 기록 보전 의무화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툴리눔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는 국내 보툴리눔톡신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사용 문화를 조성하고자 지난 10월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소위원회로 출범했다. 문옥륜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인규 교수, 엄중식 교수, 허창훈 교수, 박제영 대표원장,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 총 6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