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핫 100)에 25주 연속 진입한 그룹 피프티 피프티 ‘큐피드’(Cupid). 이 곡의 잠재력을 한국보다 먼저 알아본 곳이 있다. 동남아시아다. 이 지역 K팝 팬들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큐피드’ 속도를 높인 음원을 공유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 유행은 필리핀, 호주, 영국, 미국으로 이어졌다. ‘중소돌’의 기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그룹 트레저는 지난달 29일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10억을 돌파했다. 지난해 내놓은 ‘다라리’의 공이 컸다. 수록음반 타이틀곡이 아니었는데도 스토티파이에서만 2억회 넘게 스트리밍됐다. 비밀은 역시 틱톡에 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 곡 챌린지 영상이 퍼지며 틱톡 트렌딩 송 정상에 올랐다.
동남아는 K콘텐츠의 오랜 우방이었다. K팝 등 한국 콘텐츠가 북미 시장에 진출하며 한동안 동남아의 영향력이 비가시화되는가 싶더니, 최근 틱톡을 타고 다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동남아는 ① K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② 틱톡 이용자 수가 많아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여겨진다. 지난 4월 기준 동남아 내 틱톡 이용자는 3억 2500만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인도네시아 등 이 지역 국가들은 30세 이하 젊은 세대 인구가 많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한다.
7일 틱톡에 따르면 이 플랫폼 내 한국 드라마 관련 콘텐츠의 37%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에서 소비됐다. 해시태그 ‘K드라마’를 단 동영상은 90억개 넘게 쏟아지는 등 한국 드라마 관련 콘텐츠 25%도 동남아에서 만들어졌다. “동남아 시장은 K콘텐츠의 영향력이 크고, 두터운 커뮤니티를 보유해 중요한 곳”이라는 게 틱톡 측 분석이다. 이날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난 앙가 아누그라 푸트라 틱톡 동남아시아 운영 제너럴매니저(GM)는 “(콘텐츠가)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었다면 북미 등 더 큰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정이 이러니 업계도 틱톡 활용에 열을 올린다. 인도네시아 틱톡커 아이다 피트리와 협업한 트레저가 대표적인 예시다. 아이다는 트레저 노래 ‘다라리’에 맞춘 ‘손 댄스’를 틱톡에 퍼뜨렸고, 트레저는 이 춤을 뮤직비디오와 콘서트에 활용했다. 앙가 GM은 “‘다라리’ 뮤직비디오를 본 팬들이 틱톡에서 더 큰 버즈를 일으켰다”며 “트레저는 동남아 셀럽(유명인사)나 크리에이터들과 긴밀히 협업한 경우”라고 짚었다. 아이다는 손 댄스로 ‘다라리’ 역주행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틱톡 ‘디스커버리 리스트’ 창작자 부문에 선정됐다.
동남아 현지 음악이 틱톡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커졌다. 베트남 가수 호앙 투 링의 ‘시 팅’(See Tình)은 틱톡에서 ‘띵띵땅땅송’으로 불리며 한국 등 여러 지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베트남 현지 매체 사오스타는 “‘시 팅’의 댄스 챌린지에 이어 다양한 언어로 된 커버 음원이 나오면서 베트남 음악에 지진을 일으켰다”며 “이 곡 이후엔 탕 두이 탄의 ‘컷 소로우 인 하프’(Cut Sorrow in Half)가 해외 차트에 진입하며 국제적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