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개발 열기가 뜨겁다. 국내 제약사들이 인수 및 공동 연구를 통해 ADC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쏘시오그룹, 종근당, 삼진제약, 안국약품, 경보제약 등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 또는 인수를 전개하면서 ADC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개발이 까다롭고 투자비용이 막대한 치료제 특성을 고려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5일 ADC 분야의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해 인투셀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인투셀은 고유 링커와 약물 기술을 제공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물실험을 비롯한 인투셀의 ADC 기술 경쟁력을 검증한다. 검증 결과에 따라 양사는 개발 옵션 행사 여부나 세부사항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연구 계약기간이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가 ADC 개발기업인 에임드바이오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이 펀드는 4월 스위스 ADC 개발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의 생산·개발에 협력해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8월 탈모치료제 전문 연구개발 기업 에피바이오텍과 ADC 및 유전자치료제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ADC 페이로드 개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며, 에피바이오텍은 항체 플랫폼과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연구를 수행한다. 삼진제약은 1월 항체 신약개발 기업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안국약품의 경우 지난해 12월 피노바이오와 차세대 ADC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갖고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안국약품의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역량과 피노바이오의 ADC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ADC 항암제 개발 연구를 추진한다.
동아쏘시오그룹 제약사 동아에스티는 앱티스를 인수해 ADC 개발에 뛰어들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앱티스 지분 51% 인수를 앞두고 있다. 앱티스는 자사의 ADC 링커 플랫폼 기술을 토대로 위암과 췌장암 ADC 항암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인수로 ADC 신약개발 시너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ADC 기술은 항체와 약물, 또 이를 연결하는 물질(링커)로 구성된 의약품이다.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의 한 종류다.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면서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기술로 불린다. ADC 항암제의 약물 기전은 기존 항암제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던 혈액암, 고형암에 특화돼 있으며, 다른 질환에 있어서도 치료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신약개발, 위탁생산 등을 목적으로 ADC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세계적 대형 제약사도 ADC 치료제를 두고 인수 및 개발을 적극 추진할 정도로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차세대 유망 기술로 주목받는 3세대 ADC 항암제는 항체, 링커, 페이로드 등 신경 써야 하는 요소가 많아 개발이 까다롭다”면서 “학계, 정부 연구기관, 기업 간 공동 연구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ADC 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58억달러(한화 약 7조6천억원)에서 오는 2026년 130억달러(17조원)로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