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관계가 있다. 서로를 놓지도 그렇다고 끌어안을 수도 없는 관계. 왼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상대의 오른 다리가 딸려 오는 관계. 원치 않는 이인삼각 경주. 두 다리를 묶은 사슬의 이름은 가족이다.
무례한 부탁이나 무리한 강요도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는 달라진다. 이해해야 하는 사정, 함께 이겨내야 하는 고통으로 이름을 바꾼다. 돈, 대출, 명의도용, 빚. 타인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들이 가족 품 안에서는 가정사가 된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된다.쿠키뉴스는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엿새간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학대를 다룬 [자식담보대출]을 연재한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금전·대출 강요 등으로 경제 피해를 본 자녀들에게 집중했다.
지난해 8월부터 만난 경제적 학대 피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사에 담았다. ‘생활비가 없어서’, ‘사업이 어려워서’로 시작한 부모의 부탁은 날이 갈수록 잦아졌다. 금액도 커졌다. 거절하면 폭언과 폭력이 날아오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돈을 건넨 청년들은 빚에 묶여 이제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부모로 인해 빚의 굴레에 갇힌 청년은 많았다. 그러나 존재를 밝힐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한 곳은 익명의 온라인 공간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판례 등을 분석해 이들의 실상을 보여줄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했다.
부모들은 왜 자녀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지, 자녀들은 왜 돈을 줄 수밖에 없는지 정책과 사회 구조·인식을 살폈다. 부모의 금전 강요가 경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정립하고, 한국 법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취재했다. 또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를 진단, 경제적 학대 피해 청년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 해외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다.취재를 하며 수집한 데이터로 영상과 인포그래픽 등을 만들었다. 독자들이 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했다.
어렵게 본인의 이야기를 꺼낸 한 청년은 “도와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로 힘든 청년이 많다는 걸 부모와 사회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통에 빠진 청년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한다.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