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돌’. 가수 정세운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3년 SBS ‘K팝스타3’에서 자작곡을 불러 “한국의 제이슨 므라즈”(유희열)로 평가받았다. 이후 행보는 예상 밖이었다. 아이돌 가수를 뽑는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도전장을 냈다. 최종 순위 12위로 그룹 워너원에 합류하진 못했다. 팬들은 그가 어쿠스틱한 음악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이번에도 예상은 비껴갔다. 정세운은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만든 댄스곡에 맞춰 춤을 췄다. 어느새 팬들 사이에선 ‘팀 정세운’이란 말이 돌았다. ‘노래 담당 정세운’ ‘춤꾼 정세운’ ‘예능인 정세운’ 등 한 사람 안에 여러 명이 든 것처럼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나다는 찬사였다.
정세운은 이 별명이 좋다고 했다. 어느 영역에서 활동하든 “‘현타’(현실 자각 타임·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달으며 느끼는 감정) 없이 매 순간 몰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 서울 청담동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정세운은 “모든 순간이 소중한 기회다. 매초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데 ‘팀 정세운’이 도움을 준다”며 웃었다.
누구나 사회적 가면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정세운만큼 극과 극을 아우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모던록과 아이돌 팝을 오간다.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와 길거리에서 노래하다가도(JTBC ‘비긴어게인2’), SBS ‘정글의 법칙’에선 “엉덩이 너무 제 눈앞에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 사람들을 웃겼다. “아이돌들과 있으면 싱어송라이터, 싱어송라이터들과 있으면 아이돌”이 되는 정체성을 정세운은 음악에 녹였다. 4일 발매하는 미니 6집 ‘퀴즈’(Quiz)가 그 결과다. 신보에서 정세운은 “남들이 만든 답안지 그걸로 난 날 설명할 수 없어”(타이틀곡 ‘퀴즈’)라고 자의식을 드러낸다. 가수 선우정아, 작곡가 박문치, 미국 밴드 나이틀리 등이 음반 작업에 힘을 보탰다.
“출발은 ‘주관식’이었어요. 정체성과 소속감에 관한 노래(‘싱어송라이돌’)를 쓰던 중 선우정아를 만났죠. 마침 선우정아도 주관식을 주제로 한 곡을 쓰다가 멈췄다더군요. 제 생각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 그 곡을 더 작업해 ‘퀴즈’를 만들었어요.”
정세운은 “작업할 때만 해도 ‘퀴즈’가 타이틀곡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데뷔 때부터 주로 춤을 곁들일 만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서다. 기타 연주를 독학해 경연 프로그램에 나갔던 17세 소년은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처음 춤을 배웠다. 한때는 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비싼 돈 들여 (춤을) 배웠으니 많이 써먹어야겠다”며 웃었다. “기타 치는 사람 중에 제일 뻔뻔하게 춤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퀴즈’로 댄스 챌린지도 만들었다. 음악방송에 출연하면 만나는 가수마다 챌린지를 제안하겠다는 각오다.
기타와 춤, 심지어 색소폰까지 섭렵한 정세운은 “메탈, 힙합, 심지어 트로트까지 어느 장르에 도전해도 이상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기 색깔도 내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팬들에겐 ‘팀 정세운’의 확장을 지켜보는 일이 즐거울 수밖에. 그는 “변화해야 나아갈 힘도 생긴다”고 믿되, “내 안에 없는 모습을 억지로 꾸며내진 않으려 한다”고 했다. “나를 표출하기 위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 하고, 자칫 수동적으로 살기 쉬운 직업이라 능동성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도 말했다. 아이돌 겸 싱어송라이터, 창작자 겸 퍼포머…. 다양한 가능성 사이에서 찾은 균형점에 지금 정세운은 서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