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기한이 11일까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법률가 출신 인사들로 대거 채워지면서 향후 검사 공천이 현실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서 활동해온 공직자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서울 강남)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경북 구미을) △전광삼 전 시민사회소통비서관(대구 북구갑) 등이 이미 출마 선언을 했거나 최종 고심 중이다.
다수의 전·현직 검사들도 총선 출사표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달까지 현역 검사로 활약한 이들은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노승권 전 대구지검 검사장(대구 중·남구) 등이다. 전직 검사로는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서울 송파갑) △곽규택 변호사(부산 서·동구) 등이 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현역 의원을 배제한 채 전·현직 검사들에게 공천 기회를 줄 거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100% 용산 대통령실발 공천이 될 것”이라며 “특히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닌 검사 출신을 믿는 거 같다. 그들을 이번 총선에서 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은 공천과 관련된 얘기 자체를 꺼리고 있다. 검사 공천이 두렵지만 굳이 이를 언급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단 심산이다. 김기현 전 대표가 영남권 공천학살이 없을 거라고 앞서 공언했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바뀌어 공천학살이 없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또 이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결과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심란하게 하고 있다. 친윤계(친윤석열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에 포함되면서 결국 ‘윤심(尹心)’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 때문이다. 공관위 외부 위원 다수가 법조인으로 채워진 점도 검사 공천이 주를 이룰 거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B 의원은 쿠키뉴스에 “윤 대통령의 복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공천 심사 구조”라며 “당내에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공천학살 우려를 일축했다. 이날 공관위 인선 후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입김이 공천을 좌우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당을 이끄는 건 나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