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관련 모임을 운영하는 크로(이하 닉네임)씨는 모임에서 사람들과 함께 할 미션을 준비한다. 돌아다닐 부동산 매물 지역과 관련한 질문을 나눠주고 각자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식이다. 그는 “혼자 매물을 보러 다니면 걷기 운동에 그칠 수 있다”며 “미션을 주면 해결할 목표가 있으니 더 열심히, 즐겁게 한다”고 설명했다.
함께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보러 다니거나 경제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함께하면서 경제 분야에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부동산, 주식 투자 등 경제 공부는 혼자 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궁금한 점을 모임에서 서로 편하게 물어보거나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주식 투자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달빛웨이브씨는 “혼자 공부하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는데, 모임에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꾸준히 참석한다”라며 “정보가 많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제 모임을 구하는 채널 역시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문토’나 ‘프립’, ‘소모임’ 같은 취미 모임 플랫폼에서도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한 플랫폼에서 ‘부동산’과 ‘경제’를 검색하면 70여개의 모임이 나온다. 또 다른 플랫폼에선 ‘부동산 경매 원데이 클래스’, ‘임장 함께 가요’, ‘코인 투자 쉽게 알기’, ‘초보 주식 스터디’ 등 제목으로 사람을 모으는 모임들이 다수 존재했다.
큰돈이 없는 사회초년생들끼리 모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건 경제 모임의 장점이다. 기존 투자 모임은 대부분 이미 자산을 모아둔 40~60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케이치씨는 “부동산이나 투자 모임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다”라며 “경험이 많으셔서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본 등 다른 면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초년생들이 모임 경제 모임은 공감할 부분이 많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라며 “투자는 외로운 과정인데 모여 하면 서로 자극을 받으며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청년들은 스터디나 소셜 모임에 익숙한 세대다. 대학에서 팀 활동을 경험했고, 취미 모임 플랫폼이나 운동‧외국어 모임 등을 접한 경험이 많은 편이다. 부동산 등 경제 분야 블로그와 오픈 대화방을 운영하는 케이치씨는 “2030세대는 같이 모여서 뭔가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며 “운동 모임 등에 가본 경험이 대부분 한두 번 정도는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모임이 활성화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불안이 재테크 모임이 늘어난 원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잘 안 되고 직장을 가져도 불안하다”며 “재테크도 관심 갖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께 경제 공부를 하며 얻는 ‘정보’도 원인 중 하나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는 정보 싸움인 만큼 처음 발을 디디는 청년들이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라며 “여러 사람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결국 자기 판단이 중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