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장관의 계양을, 김경률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언급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깜짝 발언이 ‘낙하천 공천’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감지된다. ‘시스템 공천’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공천 학살을 위한 밑밥 깔기가 아니냐면서 대규모 탈당 사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16일과 17일 인천과 서울에서 각각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해당 지역구 출마 예정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후보들의 출마 예정지가 여당에게 험지인 게 사실이지만, 각 당협위원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특정 인물의 출마를 예고한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 측은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깜짝 발언에 놀라 거세게 항의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신년 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통보받은 게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마포을을 지켜온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다.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16일 열린 인천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장과 달리 소란을 벌이지는 않았다. 다만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불쾌함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위원장은 원 전 장관과 경선을 통해 경쟁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한 위원장이 낙하산 공천은 없고 정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도 “지역에서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힘 소속 수도권 당협에서는 낙하산 내리꽂기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당에서 특별한 사전 연락 없이 깜짝 출마 예정자 소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시 우리 지역에 낙하산 공천이 있을까’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원내에선 한 위원장이 말로만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쿠키뉴스에 “한 위원장의 처세가 잘못됐다”며 ”사전에 시스템 공천을 보완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지도 않고 갑자기 발표하는 건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은 본지에 ”정해진 절차와 시스템이라고 하는 제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시스템 공천이다. 원래 뜻과 반대되는 깜짝 쇼를 하는 건 정반대 상황”이라며 ”아직 정치적으로 미숙한 행보를 보이는 거 같다”고 규탄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다음 희생양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추후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불만이 터지면 대규모 탈당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