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아젠다를 이끄는 주요 인사들의 인선에 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제 이후 국민의힘은 수차례 대표격 인물을 바꿨지만 ’당정관계’를 중심으로 벌어진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권력의 칼에 묻은 피가 언제 마를지 의문입니다.
잔혹사의 시작은 대선시기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에 대해 후보와 가깝다는 이유로 과장해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과 충돌 이후 선대위 합류 33일 만에 자리를 내려놨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말로만 총괄이었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개혁신당을 이끄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윤심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전 대표는 현직 당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결국 친윤(親尹) 사단의 공격을 받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선거 승리 후에도 이 전 대표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발언이 당내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최고위원들의 줄사퇴까지 이어지면서 이 전 대표의 입지를 축소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친윤계가 옹립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도 ‘당정관계’가 불화를 일으켰습니다. 총선 전 민심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한 후보와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한 후보가 맞붙어 17.15%p로 패배했습니다.
당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후보의 공천에 관해 당내 반발은 심각했습니다. 경쟁후보였던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충청향우회와 강서연합회는 탈당의 움직임까지 보였습니다.
선거 패배 직후 책임의 화살은 김 전 대표에게 돌아갔습니다. 김 전 대표는 2기 체제와 혁신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결국 윤심을 못 이기고 지난해 12월 사퇴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 했던 인요한 혁신위원회도 칼끝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당내 통합 대사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세비 박탈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당내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6개의 혁신안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호와 6호 혁신안이 혁신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는 윤심을 업은 지도부와 격돌해 조기 종료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정치가 참 무섭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임기 한 달 만에 ‘공천 시스템 문제’와 ‘김건희 명품백 의혹’에 둘러싸여 칼끝이 겨눠진 상황입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에 한 비대위원장이 사퇴는 없다고 받아쳤습니다.
해당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은 ‘감기’를 이유로 공식 행사를 모두 취소했습니다. 4차까지 직접 참여하던 ‘민생토론회’의 생중계까지 취소되면서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윤심’의 피바람이 당을 이끌고 혁신하고자 나선 이들을 맹공하면서 총선승리가 멀어지는 상황입니다. 총선이 70여일 남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혁신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할 시기입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