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는 배우 마동석을 알차게 활용한 작품이다. 주인공 남산은 강력한 힘을 가졌다. 무시무시한 악어를 단숨에 때려잡고 폭력조직끼리 싸울 때도 주먹 하나로 모두를 일망타진한다. 괴력을 가진 이 인물을 연기한 건 마동석. 뚜렷한 과거사 없이도 그의 존재 하나로 남산의 괴력은 납득된다. 지난 1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내가 가진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작품에 덧씌운 결과물”이라고 했다.
배우이자 동시에 제작·기획자로도 정평 난 마동석. ‘황야’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대지진 이후 세계를 토대로 한 오락 액션물을 만들자는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대표의 아이디어와 ‘랩틸리언’(파충류 인간)이 등장하는 8장짜리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주요 사건을 정리한 원고)를 써뒀던 마동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액션물에 랩틸리언을 녹이며 ‘황야’가 탄생했다. 이후 각 인물의 개별 서사를 덜어내고 철저히 액션에 중점을 둬 지금의 작품이 나왔다. 마동석은 “불친절할지라도 버릴 것들은 버렸다”면서 “게임 같은 액션을 부각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짚었다.
마동석이 연기한 남산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괴력 형사 마석도와 대동소이하다. 마석도를 “가장 마동석에 가까운 캐릭터”라 정의한 그는 “그 이미지 그대로 남산에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사 설명에 시간을 쏟지 않기 위해서다. 기존 시나리오에는 남산이 수나(노정의)와 또래인 딸을 잃은 사연부터 수나와 지완(이준영)을 구해준 일, 갈 곳 없던 지완을 거두는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마동석은 “액션이라는 볼거리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내용을 생략했다”면서 “기시감이 들더라도 마석도와 비슷한 모습을 가져와야 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중이 설명형 장면과 대사를 싫어하는 만큼 마동석의 캐릭터성을 강화해서 밀어붙이려” 한 의도다.
마동석의 뜻을 전적으로 지지한 건 오랜 막역지우 허명행 감독이다. 마동석과 허 감독의 인연은 먼 과거로 거슬러간다. 허 감독은 국내 무술감독 1세대인 정두홍의 제자다. 마동석의 대역을 맡으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허 감독은 당시 스턴트 배우 중 마동석과 체격이 비슷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복싱 선수 출신인 마동석은 태권도 선수 출신인 허 감독과 금세 가까워졌다. 그의 연출 데뷔를 적극적으로 이끈 것도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허 감독이 액션 전반을 꿰뚫고 있는 만큼 극적 재미를 살린 액션도 잘 살리더라”면서 “영화 한 편을 이끌 힘이 있으니 액션 외 장르 역시 잘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액션은 마동석의 구심점인 장르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영화 ‘록키’(1977)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주인공 록키처럼 복싱 선수가 됐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실의에 빠지진 않았다. 그런 사고를 당하고도 목숨을 건진 스스로를 운 좋은 사람이라 여기며 새 길을 찾았다. 그게 바로 영화다. 마동석은 복싱에 기반을 둔 ‘맨주먹 액션’으로 입지를 다졌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1000만 관객을 연달아 모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전문 배우인 마동석은 이제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에서 러브콜을 받는 배우 겸 제작자로 몸집을 키웠다. 지금 그는 액션 관련 자문을 비롯해 액션 게임 제작과 ‘범죄도시’ 5~8편을 개발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동석은 “인생 반이 복싱이고 나머지 반이 영화였지만 이젠 이 둘이 섞여있다”면서 “액션은 나의 삶이자 인생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소룡과 성룡을 언급하며 “어떤 작품에서도 자기 캐릭터로 나오며 차별화된 액션을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