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 배 등 성수품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 올라 122.71로 집계됐다. 특히 과일 물가 상승률이 28.1%로 전체 평균 상승률보다 10배나 높았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를 기록했고,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등 뒤를 이었다.
또 곡물과 채소 등의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9.2%와 8.8%로 나타났고, 파 상승률은 60.8%을 기록해 전체 농축수산물 품목 중 가장 높았다.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의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 판매가)은 10㎏에 9만240원으로, 작년보다 98.4% 올랐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15㎏에 8만900원으로 66.7%나 뛰었다.
과일 가격 급등은 지난해 이상 기후로 작황이 안좋은 영향을 받았다. 봄에는 냉해, 여름철엔 호우에 태풍까지 이어졌다.
이번 설 명절에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도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8만1500원, 대형마트 38만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8.9%, 5.8% 늘어난 수치다.
1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4.3%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둔화됐지만 전체 평균의 1.5배 수준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32개월 연속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가공식품도 73개 품목 중 소금, 설탕, 차, 당면, 스프, 아이스크림 등 43개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과(1㎏ 기준)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 값이 오른 것을 비롯해 배·귤·딸기 같은 각종 국내산 제철 신선과일 가격이 다 폭등했다.
특히 사과의 경우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수확 철이 오기 전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 대목인데 과일값이 너무 올라 마음이 심란하다”, “일년에 한번 수확하는 과일가격이 왜 추석때랑 다를까”, “해가 갈수록 명절 제사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송 장관은 “전통시장이 저렴하게 공급하는 농축산물을 국민들이 많이 구매해 주기를 바란다”며 “정부도 현장 환급 행사 및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사과와 배, 소고기, 명태 등 성수품 16개 품목 공급을 평상시의 1.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성수품 가격 할인을 위해 예산 8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