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이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의무화됐다.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처분된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에 의무 가입했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평균 1∼2%대를 보였던 ‘쥐꼬리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2022년 처음 도입된 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12일 본격 시행됐다. 대상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41개 금융사에서 정부 승인을 받은 306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300개가 판매되고 있다. 누적 적립금액은 12조5520억원에 달한다. 전 분기 대비 약 7조4425억원 가량 크게 늘었다. 가입자 수는 479만명(4분기 말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88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디폴트옵션 상품의 전체 수익률은 10%를 넘어섰다.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운용 중인 디폴트옵션 상품의 지난해 연 수익률은 10.13%(설정 후 1년 이상 된 상품의 개별 수익률 산술평균) 였다. 당초 목표수익률인 연 6~8%를 웃도는 성적표다. 1년 기준 수익률은 투자위험 등급별로 초저위험이 4.56%, 저위험이 7.69%, 중위험과 고위험이 각각 10.91%, 14.22% 였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있었다. 고용노동부 공시에 따르면 300개 상품 중 6개 상품에서 최근 6개월 기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가 은행인 상품 중 유일하게 ‘광주은행디폴트옵션중위험포트폴리오2’가 6개월 기준 수익률 -0.76%를 기록했다.
판매사가 증권사인 상품 중에서는 ‘유안타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BF1’, ‘하이투자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BF2’, ‘한국포스증권저위험BF2’가 -1.31%를 기록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는 ‘미래에셋생명디폴트옵션저위험BF1’과 ‘한화생명디폴트옵션저위험BF1’이 -1.31%로 집계됐다. 해당 상품들을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한 DC형 사업장 수는 6186곳에 이른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포트폴리오에 ‘미래에셋밸런스알파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광주은행디폴트옵션중위험포트폴리오2는 비중이 50%이고 나머지 상품의 경우 비중이 100%였다. 해당 투자신탁은 국공채, 통안채 등 국내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 국내 일부 주식에도 투자한다. 기간 수익률은 최근 3개월(2023년 8월19일~11월19일) -0.09%, 최근 6개월(2023년 5월19일~11월19일) -0.89%로 집계됐다.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익률이 소폭 하락한 것에 대해 “대외변수(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벤트) 전략에서 손실이 확대됐다”며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를 기대하고 매수한 이오플로우 인수합병이 철회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해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