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창립 이후 1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30조원대의 연간 매출을 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낸 쿠팡은 지난해 첫 연 단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흑자 경영 가도에 올라섰다. 명실상부 국내 유통 기업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외형 성장에만 치우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불거진 블랙리스트 논란과 입점·납품 업체와의 납품가 갈등 등 해결 과제도 산적하기 때문이다.
28일(한국시간) 쿠팡이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인 65억6100만달러로 분기 평균 환율 1319.24로 환산할 경우 8조65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7조2404억원 대비 2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715억원(1억3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1133억원과 비교해 51%나 늘었다.
매 분기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0% 오르며 연 매출 30조원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으로 첫 연간 영업흑자를 거뒀다.
쿠팡의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1조7097억원(14억9396만달러)에서 2022년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92% 감소했다. 2022년 3·4분기 첫 분기 영업흑자 1037억원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쿠팡에서 분기당 한 번이라도 물건을 산 ‘활성 고객’은 지난해 말 21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쿠팡의 멤버십 와우 회원도 전년보다 27% 증가한 1400만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고객 매출도 지난해 4분기 41만 1600원(312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해 우리는 와우 회원에게 기록적인 30억달러(3조9162억원)의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쿠팡의 매출과 활성고객, 와우 회원 성장은 다양한 제품 셀렉션·가격·서비스에 대해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에게 와우 배송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엄청난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와우 멤버십이 엄청난 가치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실적 발표로 쿠팡은 온오프라인 통합 국내 유통업계 1위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쿠팡은 이같은 호실적에 대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쿠팡 사용 고객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시장과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성장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한 점도 긍정적이다. 김 창업자는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낮으며,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이자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쿠팡의 이러한 고속 성장 이면에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물류센터 근로자 과로사 사건이나 납품가를 둘러싼 국내 기업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블랙리스트’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와 노동계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취업 방해를 위한 용도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은 명예훼손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맞고소·고발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무서운 성장세도 쿠팡의 또 다른 위협 요소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도 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 한국인 수는 717만 5000명, 테무는 570만 9000명, 쉬인은 221만명에 달한다. 셋을 합친 1509만명은 쿠팡 활성고객 2100만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전문가는 중국 직구 플랫폼 이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고객 이탈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현재 중국 직구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주로 팔리는 품목·가격도 제한적”이라며 “쿠팡하고 경쟁관계로 보기엔 아직 균형이 맞진 않는다. 다만 멤버십 서비스나 PB제품 확대 등을 통해 자사 충성고객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쿠팡은 중국 플랫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쿠팡은 명품·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파는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50개국에서 만든 최고 명품 브랜드 1400개와 미국, 영국을 포함해 세계 190개국 소비자들과 연결된 거대 플랫폼이다.
쿠팡은 파페치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기대감을 걸고 있다. 김 창업자는 “5억 달러를 투자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액(GMV)을 가진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를 발견했다”며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로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고 쿠팡의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폭발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쿠팡이지만 사회적 영향력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기”라며 “외형 성장으로 규모를 갖춘 회사인만큼 업체 상생 및 노동 관련 이슈에도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통산업에 있어 아마존을 본뜬 게 쿠팡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쿠팡의 사회적 책임도 막중하고 영향력도 커진 만큼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