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성인용 비디오) 배우를 인터뷰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넷플릭스 ‘성+인물’이 이번엔 네덜란드 홍등가로 향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세 번째 시즌에서다. 네덜란드는 2000년 세계 최초로 성매매금지령을 폐지하며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일본, 대만편에 이어 제작된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홍등가를 비추며 시작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섹스워커(성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홍등가 내부도 살펴본다.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인식 PD는 “홍등가는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를 얘기할 때 연관검색어처럼 거론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네덜란드 홍등가는 한 해 평균 2000만명이 오가는 대표적인 관광지. 김 PD는 “(현지 성 문화에 관해) 한국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두 MC가 가감 없이 물어봤고, 이런 질문이 성 노동자와 홍등가 지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된 만큼 국내 시청자들 의견은 분분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톡에는 ‘역대 시즌 중 가장 재밌다’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여성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반발이 크다. 성 노동자가 100% 자기 의지로 현업에 종사하는지 가릴 방법이 모호한 데다, 성 구매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도 이런 비판을 미리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성매매는 여성에게 착취적이고 여성을 대상화한다”거나 “(성매매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면 더 음지화할 것”이라는 등 성매매를 향한 시선을 다양하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홍등가 내부에 마련된 패닉버튼(비상벨)이나 섹스워커를 존중해야 한다는 규칙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한다. 성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장치다.
인터뷰에 참여한 브리아나 등 성 노동자를 통해 ‘자발적 노동’임을 강조하는 대목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해서다. 네덜란드 인신매매 조정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매년 5000~7000명이 인신매매 피해를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체는 피해자가 성매매 등을 강요받는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성산업은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 신식민주의의 중심에 있다”(유럽여성로비·EWL)는 주장도 있다. 제3세계 출신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생계 수단으로써 성매매 산업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한국교정학회는 2019년 발간한 ‘네덜란드의 성매매 합법화의 배경과 딜레마 연구’에서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 인신매매적 성매매 등의 개념 정의가 여전히 현장에서 모호하다”는 성매매 종사자들 발언을 토대로 성매매 합법화 정책에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다만 현지 분위기는 달랐다고 한다. 김 PD는 “현행 정책을 비판하는 주장은 있었으나 정책을 폐기하자는 목소리는 적었다”며 “홍등가를 취재해온 기자, 암스테르담 시장 등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정책을 찬반 영역에서 논의하기보단 개선·보완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네덜란드 외에도 독일 클럽 문화와 혼탕문화,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 등을 폭넓게 들여다본다. 타국 성 문화를 탐구하는 자세는 이전 시즌보다 세련됐다. 두 MC 신동엽·성시경이 이전보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독특한 성 문화가 나타난 사회적 맥락과 이를 존중하기 위한 합의도 두루 살핀다. 도시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나체주의가 생겼다고 설명하거나 성적 접촉이 빈번한 독일 클럽에선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를 짚는 식이다.
김 PD는 “일본편 공개 당시 남성적 시선이 많이 반영됐다는 의견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 지적을 반영해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함께 만난 윤신혜 작가는 “프로그램이 한국 TV시리즈 2위를 차지하고 해외에서도 톱10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더 높은 순위도 기대하게 됐다”며 “시청자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