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굴지의 한 가요기획사는 팬들에게 때아닌 날강도 소리를 들었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관람권 가격이 오프라인 공연 티켓값과 맞먹어서다. 이를 두고 한 팬이 X(옛 트위터)에 올린 “온콘(온라인 콘서트) 가격을 15만4000원씩 받은 날강도 사건”(@won_****) 게시글은 89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온라인 콘서트가 K팝 시장에서 대중화된 건 팬데믹 시기부터다. 코로나19가 성행하던 2020년 4월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이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공연을 선보인 이후 엑소 백현, 슈퍼주니어,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여러 가수가 온라인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을 생중계하는 것을 넘어 AR 합성 및 3D 그래픽 등을 활용하는 등 온라인이라는 강점을 살려 차별화를 꾀한 게 특징이었다.
엔데믹 시대를 거친 지금 온라인 콘서트는 현재진행형이나 성격이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온라인에 특화한 특수 효과 구현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현장 공연을 중계하는 최초의 형태로 돌아갔다. 화질 선택권 및 미공개 영상 등 부가 상품을 제공키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당초 4~6만원가량이던 티켓값이 10만원대 중반까지 급등했다. 2022년 방탄소년단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 공연은 현장 좌석이 16만5000원~22만원이었던 반면 생중계 관람권은 1일권 최고가가 5만9500원, 양일권 최고가가 9만원이었다. 반면 최근 발표된 세븐틴의 온라인 공연 시청권의 양일권 최고가는 15만4000원이었다. 현장 공연 좌석값인 R석(15만4000원), S석(13만2000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기준 11만원이던 양일 온라인 공연 시청권 가격이 1년도 안 돼 40%가 올랐다.
K팝 팬덤 내에선 온라인 공연 시청료가 오프라인 공연 푯값 가까이 오른 것을 두고 성토가 이어진다. 최근 X에는 “애초에 온콘(온라인 콘서트)은 현장 느낌을 줄 수도 없는데 (오프라인 콘서트) 가격과 같을 수가 있나”(hani****), “영구소장도 아닌데 이런 가격인 걸 평생 이해 못 할 듯하다”(darl*******)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이용자가 작성한 “공연장이야 직접적 인건비가 많이 든다고 쳐도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이 이러는 게 맞나”(salt*******)는 글은 1700회 이상 재게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가 상승률을 온라인 콘서트 가격으로 체감한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온다. 관람권을 구매해 함께 시청하는, 이른바 분철(여러 명이 나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이르는 말) 상대를 구하는 일 역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기술 투자비와 제반 비용 및 물가 상승 등을 가격 상승 이유로 든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K팝 산업 내 경쟁 심화로 공연 연출에 더욱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생겼다”며 “무대 설치에 드는 부자재 비용뿐 아니라 장소 대관비와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웅장한 연출을 위한 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현장 관람료가 오른 데다 생중계에 소요하는 비용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 역시 “미디어 아트를 비롯한 연출의 발전으로 공연 전체를 담는 기술 외에도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팬덤이 늘어나며 국가별 번역 시스템과 송출 플랫폼 수수료 등 제반 비용 역시 높아졌다. 개별 팬덤이 발달한 세태에 발맞춰 각 멤버별 전담 카메라가 많아진 것 또한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불만이 고조되는 만큼 적정 가격대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이 높아지면 콘텐츠를 향한 기대치 역시 상승한다. 일부 팬덤 내에서는 HD·4K 상품의 화질이 아쉽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나친 상업주의를 추구하다 보면 K팝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