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적자 상태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통신판매에 100% 의존하는 디지털 손보사는 교보라이프플래닛,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5곳이 운영 중이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8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말 689억원 보다 적자폭이 심화된 것이다. 하나손보의 적자 폭은 5곳의 디지털 손보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210억원 규모 순손실을 냈다. 2022년 순손실은 141억5454만원 이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새 대표 취임과 함께 재무건전성 개선에 들어갔다.
신한EZ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77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150억원이었던 전년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다. 캐롯손해보험도 전년(-795억원) 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7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 상태다.
계속된 적자에 모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수혈을 받은 곳도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교보생명은 지난 6일 1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교보생명은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396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1305억원 규모의 캐롯손보 유상증자에 참여해 1200억원을 투자했다.
디지털보험사가 좀처럼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보험시장이 여전히 대면영업 위주인데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소액단기보험 위주라는 점을 꼽는다.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수익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제외하고는 모두 설립 연도 2019년~2022년인 신생 기업들이다. 한 디지털손보사 관계자는 “당국 라이센스를 받고 상품을 판매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투자를 받고 인지도를 높이는 단계라 수익성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까지는 ‘예견된 적자’구간”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손보사들도 장기보험 상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달 초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는데, 판매 개시 1주일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했다. 캐롯손보도 올해 상반기 주행 분석 기반 자동차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손보사가 수익성을 높여 정착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사는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이는 사업모형인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규모거나 위험 노출이 낮은 회사가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의 다양한 사업모형을 위해 인슈어테크의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인가를 통한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업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을 통해 모집해야 한다. 하지만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캐롯손보는 대면영업뿐만 아니라 텔레마케팅(TM) 영업도 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계열사 간 모집채널을 일원화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 층은 디지털손보사 상품에 진입 장벽이 높다”며 “판매채널이 사이버마케팅(CM)뿐만 아니라 더 다각화되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