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도 3주가 지났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많은 발달장애 학생은 학교를 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선다. 다른 자치구 내 특수학교로 등교하기 위해서다. 집 근처 일반 학교 특수학급으로 다니기도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오죽하면 특수학교 입학을 기다리면서 전년도, 올해도 입학을 미룬 학생까지 있다.
장애 학생이 기본권인 교육 기회를 누려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은 학생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 특수학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 학생은 약 4500명. 지난해 기준 특수학교는 32개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수십 년간 수많은 장애 당사자와 부모들은 노력해 왔다. 이를 두고 지역 내 충돌이 생기는 것 또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여전히 사회의 따가운 편견은 장애 학생들의 등굣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 학교를 설립하려면 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서진학교’는 부모들의 간절함으로 지어졌다. 이들은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호소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의 벽은 높다. 특수학교가 지역에 들어서면 부동산값이 내려간다거나 지역 아동들 안전에 위협적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 부지를 개발해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일부 주민들에게 장애 학생의 교육권은 뒷전이다.
‘바나나 현상’. ‘어디든지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쓰레기 소각장, 발전소, 정신병원, 교도소 등이 대상이었지만, 공공주택이나 특수학교 등이 새로운 주민 기피 시설로 지목되고 있다. 발달장애 특수학교 ‘동진학교’(가칭)가 중랑구에 개교를 3년 앞뒀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 2012년 설립 논의 시작 이후 8번 부지가 변경되고, 착공도, 개교도 여러 차례 미뤄졌다.
모두가 행복한 마을이 되려면, 우리 집 앞은 안 된다는 이기심을 접어야 한다. 주민들의 의지와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청·자치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 이상 개교와 착공이 미뤄지지 않도록 인식 개선과 조율에 나서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혐오시설이 지역에 들어설 때는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특수학교나 장애인 교육시설은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혐오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강경한 반대로 개교가 미뤄지거나 개교 후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선 교육청과 지자체가 두 손 놓고 보고 있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더 좋은 세상이 열릴 거야. 기다려 보자” 부모들끼리 다독이며 견딘 세월만 12년이다. 박모(49)씨는 자녀가 5살 됐을 무렵부터 특수학교 설립을 기다렸다. 아이는 올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2년을 투쟁했지만, 박씨의 자녀는 3년 뒤 개교하는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싸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