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덴티스트리 시대…“AI로 최상의 미소 만든다” [D.H 인터뷰]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대…“AI로 최상의 미소 만든다” [D.H 인터뷰]

전승환 스트라우만 클리니컬솔루션팀 팀장
상담·진단·치료 이어 구조물 제작까지 디지털화
“원격 모니터링 확대하고 진료시스템 차등화해야”

기사승인 2024-04-02 11:49:05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전승환 스트라우만 임상솔루션(clinical solution)팀장은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에서 17년간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최근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치의학에 ‘디지털 덴티스트리(Digital dentistry)’라는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았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환자의 구강 구조 파악부터 치아 구조물 디자인 및 제작에 이르는 과정을 디지털화 해 환자에게 최적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치과 진료현장에서는 AI, VR, 3D프린팅, 스캐너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다채롭게 활용한 의료기기들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임플란트 시술에선 환자가 여러 번 치과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고, 의사는 AI의 지원을 받아 보다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디지털 기술을 끌어안은 장비는 매우 비싸고, AI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도 낮은 상황이라 아직 국내에서의 활용은 더딘 편이다. 기자는 지난달 26일 디지털 덴트스트리 분야에서 17년간 과제를 수행한 임플란트 전문 기업 스트라우만의 전승환 클리니컬솔루션팀장을 만나 관련 산업의 역점을 살펴봤다.

Q. 디지털 덴티스트리란 무엇인가.

종이에 적던 의무기록을 컴퓨터로 옮긴 것부터 디지털 기술로 볼 수 있다. 잇몸 구조를 보는 엑스레이와 구강 스캐너, 치과용 CT(CBCT) 등 진단 기기도 디지털 덴티스트리 중 하나다. 치과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CAD·CAM(Computer Aided Design·Computer Aided Manufacturing)은 컴퓨터로 치아 구조를 만들고 3D프린팅으로 뽑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과거에 손으로 수작업했던 것들이 요즘은 모두 컴퓨터와 장비를 이용해 이뤄진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Q. 디지털 기술은 치과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나. 

단순한 단면 촬영이 아니라 3차원으로 구강 구조를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과 정밀성이 올라간다. 즉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 또한 AI가 치아와 신경 등 복잡한 구조를 파악해 치료 가이드를 제시하는 만큼 의사 개인의 지식, 경험, 컨디션에 따라 진료나 치료의 질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임시 치아 등 치아 구조물을 만드는 시간이 1~2주 걸렸다면 이제는 치과에서 3D프린팅으로 바로 만들어 쓸 수 있다. 구조물이 환자에게 맞지 않을 경우 외부 업체에 다시 제작을 맡길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즉시 바꿔줄 수도 있다. 그만큼 환자가 진료, 치료를 보는 데 들이는 시간적, 비용적 소모를 줄여준다. 

이 외에도 모든 기록물이 클라우드에 저장되면서 시기별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환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구강 상태 변화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어 자기 관리 역시 용이해진다. 

Q.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2023년 글로벌 시장 매출이 72억 달러(한화 약 9조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오는 2028년엔 122억 달러(약 16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특히 한국은 치과 산업이 매우 발달해 특수성이 있고 유망한 시장으로 점쳐진다. 3차원 진단이 가능한 구강용 CT의 경우 국내 보급률은 80%를 상회한다. 거의 모든 치과에 CT가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은 20~30%에 그친다.

무엇보다 임플란트 시술이 모든 치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나라인 만큼 장비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의사들도 뛰어난 임상적 테크닉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장비를 잘 다루고 앞장 서 있는 나라로 평가 받는다. 

단 디지털 덴티스트리 장비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후발주자라서 이제 막 해외 진출에 나서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의료진들 사이에선 AI 기술 등의 정확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들로부터 신뢰를 쌓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VR) 기술로 구현한 치아 시뮬레이터 시스템. AI가 환자의 미소에 어울리는 치아 형태를 제시하면 이를 상담 과정에 적용한다. VR이 구현한 모습을 통해 세밀한 수정 작업도 들어간다. 이어 3D프린팅을 거쳐 치아 구조물을 완성해 사용한다. 사진=박선혜 기자

Q. 미래에는 어떤 디지털 덴티스트리 기술이 주목 받을까. 

치과계의 화두는 ‘전면 디지털화(fully digitalized)’다. 고령화 시대가 오면서 치료 난도 ‘극상’의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적용해 빠르고 편하게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조명되는 기술 중 하나가 ‘AI 기반 스마일 디자인 소프트웨어’인데, 환자 상담부터 치아 구조물 작업까지 디지털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앞니가 부러진 환자가 치료를 원할 경우 환자의 미소를 사진으로 찍어 컴퓨터에 올리면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어울리는 치아 모습을 제시한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상의해 수정 절차를 거치면 3D프린팅으로 제품화해 사용하게 된다. 지금은 주로 투명교정이나 심미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향후 임플란트, 보철교정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Q. 치과 디지털 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로는 어떤 게 있나.

해외는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디지털이 갖는 장점을 치과 진료에 충분히 녹여내고 있다. 치아를 교정하려면 환자가 의사의 지침을 잘 따라줘야 하는데, 해외 의학회 등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관찰하거나 문제가 생길 때 즉각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 지 담당자로써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단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장비가 워낙 비싸 구입한 뒤 실제 이익을 내기까지는 어려움이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수요가 많아야 장비도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다. 수요를 늘리려면 차별화된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리미엄’과 ‘일반’ 치과로 나눠 환자가 제품 가격과 질을 따져 치과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그에 맞는 산업 환경이 구축돼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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