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전소니)의 일상은 참 고단하다.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삶에 우울이 자꾸만 껴든다. 여느 때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하던 날 그는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웬 남성은 네 안에 기생생물이 있다고 한다. 수인의 발자취를 쫓는 이들도 등장한다. 수인은 과연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미리 본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는 연상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살아있는 분위기였다. 원작 만화 ‘기생수’에서 세계관을 따와 국내 배경 및 현재 시점에 맞게 변주했다. 원작 주인공이 손에 기생생물이 깃드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기생생물이 15분 동안만 주인공의 의식을 점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꿨다. 기생생물 대응을 전담하는 더 그레이와 대립관계인 점 역시 다르다.
수인은 일련의 사건을 거쳐 강우(구교환)와 기묘한 동행을 시작한다. 목표는 단순하다. 기생생물을 말살하려 하는 더 그레이 팀장 준경(이정현)을 피해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완벽하게 몸을 숨기기란 여의치 않다. 가족처럼 수인을 챙겨주던 형사 철민(권해효) 역시 공과 사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 사이 철민의 동료 형사 원석(김인권)은 제 살 길을 찾느라 골몰한다. 얽히고설킨 인간의 탐욕 사이 기생생물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간다.
더 볼까
세계관이 흥미롭다. 이미 유명한 원작의 설정에서 출발해 한국 정서를 버무렸다. 이 지점에서 클리셰로 느껴지는 부분이 생겨난다. 새로움 속 익숙함이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작품에 쉽게 녹아들 수 있다. 원작을 보지 않아도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전소니의 활약은 볼거리다. 캐릭터를 영민하게 구축했다. 작품마다 저만의 색채를 만들어내는 구교환은 이번에도 눈에 띈다. 권해효 역시 제 몫을 충실히 해냈다.
그만 볼까
크리처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거북하게 느낄 연출이 군데군데 있다. 필요 이상의 잔혹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원작 만화의 철학과는 방향성이 다소 다르다. 원작을 좋아하던 시청자라면 거부감이나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설정에서도 빈틈이 보인다. 일부 캐릭터는 연기 톤이 이질적이어서 몰입을 해친다. 5일 오후 4시 공개.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