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다양성, 보험‧증권사 ‘갈 길 머네’ [이사회 점검④]

이사회 다양성, 보험‧증권사 ‘갈 길 머네’ [이사회 점검④]

금융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은행권 적용…이사진 늘어나고 여성 이사도多
증권·보험업권은 구색 맞추기
“타 업권으로도 확대를”

기사승인 2024-04-06 06:00:12
하늘에서 본 여의도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은행업권의 이사회 구성 다양성이 한걸음 나아갔다. 금융당국의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이하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효과다. 지배구조 모범 관행 적용을 받지 않는 보험업권과 증권업권은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양새다. 

6일 쿠키뉴스는 은행업권, 증권업권, 보험업권의 이사진 구성을 전수 조사해 비교 분석했다. 은행업권에서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산하 은행 5곳, 증권업권에서는 은행 지주 계열을 제외한 자기자본 상위 6곳(미래에셋·한국투자·메리츠·대신·삼성·키움증권), 보험업권에서는 자기자본 기준 5대 생보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와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를 들여다 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국내 은행 및 지주사의 사외이사가 평균 7~9명으로 두 자릿수인 글로벌 은행권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인 점과, 여성 비율이 12%로 젠더 다양성을 강조하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은 30~50%대에 달한다. 

이사진 규모 대체로 늘었다…금융인·교수 출신 ‘쏠림’

평균 이사진 숫자를 살펴보니 은행업권 9명, 증권업권 7.1명,  보험사 7.1명으로 은행업권이 가장 많았다. 5대 금융지주와 산하 은행 전체 이사진은 90명(중복포함), 증권사는 총 43명, 보험사는 총 71명이었다. 금융지주의 경우 1년 전 47명에서 50명으로 3명이, 증권사는 39명에서 41명으로 2명이, 보험사는 64명에서 71명으로 7명이 각각 늘었다. 

금융 지주 가운데 이사진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9인에서 12인으로 늘었다. 유일하게 농협금융은 10인에서 9인으로 줄었는데, 농협금융은 추가 사외이사 선임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경우 인원이 늘어난 곳은 3명에서 7명이 된 삼성증권이 유일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11명→9명)은 이사회 인원이 줄었다. 보험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이 5명에서 9명(사내 2명, 사외 2명)으로 증가폭이 컸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7명에서 6명으로 이사진이 줄었다.

이사진 출신 면면을 살펴보니 전현직 금융인, 그리고 교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전체 204명 가운데 전현직 금융인 출신이 82명(40.1%)이었다. 교수 출신 67명(32.8%), 금융당국 및 관료 출신 21명(10.2%), 법조인 18명(8.8%) 순이었다. 보험업권은 관료 출신이 비중이 14%로 타업권에 비해 높았다. 금융지주·은행은 교수 출신 비율이 33%로 보험, 증권업보다 높았다.  

KB금융 여성 이사 가장 많아…보험‧증권 ‘체면 치레’

여성 이사진의 경우, 은행권과 타업권간 차이가 극명 드러났다. 은행권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맞춰 여성 임원 수를 늘리고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금융지주·은행 이사진 중 여성 임원 비율은 90명 중 18명으로 20% 였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나란히 여성 이사회 의장까지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윤재원 사외이사(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를, KB금융은 권선주 사외이사(IBK기업은행 전 은행장)를 이사회 의장으로 의결했다. 특히 KB금융은 전체 이사진 9명 가운데 3명이 여성으로, 조사한 금융사 중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금융지주·은행 가운데 신한은행(11%)과 하나은행(11%)이 나란히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았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여성 사외이사 1명을 임명해 간신히 체면 치레를 했다. 증권업 이사진 43명 중 6명(13.9%)이, 보험사 이사진 71명 중 10명(14%)이 여성이다. 조사한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여성 이사가 2명(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김소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으로 돋보였다. NH농협생명은 2022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혜정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의 임기가 마무리돼 9명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조사한 금융사 중 여성 이사가 없는 곳은 NH농협생명이 유일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타 업계 확대를”

지난 2022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할 수 없게 됐다. 일명 여성이사 할당제로 불린다. NH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소유한 비상장회사라 이 규제를 피해 갔다.

기계적인 여성 이사 늘리기가 아닌,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지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여성이사 할당제의 향후과제’ 보고서에서 “기업 내 양성평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도 “여성이사 할당제로 인한 기업의 지배구조 향상 여부에 대해 연구가 혼재돼있다. 여성이사 비율을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사적 자치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규모에 따라 그 비중을 달리하는 해외처럼,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문가는 은행 지주·은행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모범관행 적용 대상이 넓어지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배구조법 개선 이후 은행지주, 은행권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험사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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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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