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단체가 현재의 한국 의료 현실은 공허함뿐이라고 짚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7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이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나의 건강 나의 권리’ 슬로건을 내세우고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부르짖는 공허한 슬로건”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환자 안전은커녕 고통과 희생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창하고 공허한 슬로건과 행사보다는 국민이,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현 의료대란을 종결짓기 위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정부의 타협하지 않는 태도와 의료계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생긴 환자들의 치료 중단사태가 문제없는 것인지, 정당한 것인지 WHO에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며 “한국의 환자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명확한 대안과 방침이 갖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자료에서 필수, 지역은 이야기하면서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의대 증원은 공공, 필수, 지역 의사제도의 배분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실행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계의 동참도 청했다. 연합회는 “종교계 지도자분들께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이번 의료 사태가 조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환자와 함께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8주차에 접어들었다. 현장에 남은 의료인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자 외래 및 주말 당직 근무 축소, 수술 연기 등 의료공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