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노량진 학원가는 저마다 다른 목표를 가진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벚꽃나무 아래로 삼삼오오 지나가는 학생들은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의약계열 진학을 목표로 노량진에 입성한 수험생들은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의대 증원 조정 가능성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른바 ‘SKY대학’ 학부를 졸업한 신모(24)씨는 이번 의대 증원 이슈에 대해 ‘혼돈 그 자체’라고 정의했다. 신씨는 “학부시절 과외도 꾸준히 해왔고 졸업한지도 얼마 안 돼 나름 수능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증원 발표했을 땐 그냥 보여주기 식인가 생각했는데, 대학별 정원 발표하는 걸 보니 진짜인가 싶었다”며 “이것 때문에 실제 메디컬판으로 들어온 수험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 논의가 흐릿해지자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의대 증원 논의 전부터 메디컬을 준비했는데, 어제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조정 가능성 있다는 말에 뭐하는 건가 싶었다”며 “수험생만 늘린 꼴”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나는 어짜피 시작한 일이라 끝까지 가볼 생각이긴 하나 어이없고 힘 빠지는 건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의대 증원 변경 계획에 수능에서 발을 뺀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지방 자사고 출신의 박모(26)씨는 의과대학 수시 전형을 노리고 2025학년도 수능을 준비해왔다. 박씨는 “요즘 재수종합학원에 가면 의대 증원 때문에 재수‧반수생들이 다 몰려있다”며 “의대 들어간 애들도 휴학하는 김에 반수한다는 소문도 들려온다”고 학원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졸업한 지 10년이 안 지나 수시로 쓸 수 있는 전형이 꽤 있어 메디컬에 발을 들었으나, 증원 축소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정부 발표에 그만 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의정갈등 장기화 및 의료공백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근 의사단체와 소통 및 해법 마련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2000명 증원은)이미 학교별로 배정해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릴 때 또 다른 혼란이 예상된다”라면서도 “(대학별로)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며 의대 증원 계획 수정 가능성을 보였다. 각 대학별 입시요강 및 수시와 정시 선발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5월 말에야 발표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 노량진 재수종합학원들은 오는 10일 국회의원 선거 당일에 휴강한다. 강의뿐만 아니라 안내데스크 및 상담 업무 또한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강의가 없는 독학 자기주도 학습형 학원은 휴강 없이 운영을 이어간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