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긴장 속 번뜩이는 눈빛. 두 장정이 있는 힘껏 기둥을 민다. “밀어! 밀어!” “버텨, 버텨, 버텨!” 오가는 응원 소리 속 자웅을 겨루는 두 사람의 근육이 거세게 요동친다.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는 이 완력 경쟁에서 웃은 건 운동 유튜버 아모띠. “‘그냥 버티자, 그럼 기회가 온다’는 마음이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버티니까 이런 날이 오네요.” 지난 3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아모띠가 들려준 그날의 기억이다.
국가대표 꺾고 정상에… 유튜버 아모띠의 반란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가 즐비하던 넷플릭스 ‘피지컬: 100 시즌 2 - 언더그라운드’(이하 피지컬: 100 시즌 2)에서 아모띠는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패자 부활전을 거쳐 여러 등락을 겪은 그가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 못 했다. 함께 자리한 홍범석, 안드레진 등 톱 3와 연출을 총괄한 장호기 PD 모두에게 뜻밖의 결과였다. 과거 교통사고로 운동선수의 꿈을 포기했던 아모띠는 재활을 거쳐 운동 유튜버로 거듭났다. 처음 녹화 현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그는 1등을 하리라곤 기대조차 않았단다.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하다 보니 1위까지 올라갔다”며 “며칠 동안은 계속 얼떨떨했다”고 돌아봤다.
2, 3위를 차지한 홍범석과 안드레진은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듯했다. 홍범석은 시청자 사이에서 다시 보고 싶은 출연자로 꼽힌 대표 인물이다. 시즌 1에서 아쉽게 탈락해서다. 그만큼 재도전에 임하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또다시 비슷한 결과를 얻을까 우려했지만 출연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최선을 다하고 싶어 도전을 다시 결심했죠. 한순간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럭비를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한 안드레진은 3위에 이름 올렸다. “국가대표 선수 때 받던 럭비 훈련보다 ‘피지컬: 100’ 퀘스트가 더 힘들더라”고 운을 뗀 안드레진은 “우리 종목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은퇴 3년 만에 좋은 기회를 잡은 저로서는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판 키운 시즌 2… 다음엔 아시아로
이전 시즌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만큼 시즌 2는 판을 키웠다. 7개월을 꼬박 기획에 쏟아부었을 정도다. 규모를 확장한 세트장도 돋보인다. 참가자 또한 매번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영화배우가 된 기분을 느낄 정도로 정교한 세트에 놀랐다”(안드레진)는 후일담도 있었다. 음향 및 오디오 등 후반 작업과 포스터 제작, 색 보정까지 더하면 전체 프로덕션 기간만 1년을 훌쩍 넘긴다.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을 완성도”라고 자부하던 장 PD는 “시청자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종목 난이도 역시 높아졌다. 딱 봐도 무리인 과제들에 참여자들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기어코 해내는 집념을 보여준다. 덕분에 예상을 비껴간 순간도 여럿이다.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3판 2선승제로 설계하던 당시만 해도 한 판이 20분을 넘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단다. 예상을 뒤엎는 장면들이 보는 맛을 더하자 좋은 성적표가 자연스레 뒤따랐다. ‘피지컬: 100 시즌 2’는 공개와 함께 비영어 TV쇼 부문 1위(넷플릭스 자체 집계)로 뛰어올랐다.
‘피지컬: 100’ 시리즈는 시즌 3로 나아간다. 이번엔 아시아 전역으로 무대를 넓혔다. “국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규모”(장 PD)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와도 긍정적으로 논의를 거쳤다. 장 PD는 “이전 시즌 출연진과 시청자가 원하는 분들을 조합한 한국 팀과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초빙한 이들을 아울러 강력한 팀을 꾸릴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100명과 새로운 경쟁을 해보자는 콘셉트”라고 귀띔했다. 반가운 얼굴들도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장 PD는 “재출연 요청이 많았던 분들을 중심으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획 중”이라고 했다. 이어 “짝수 시즌은 완성도를 높이고 홀수 시즌은 혁신을 이뤄내는 게 목표”라면서 “시즌 2가 익숙함 속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시즌 3에서는 완벽한 신체 조건을 탐구하는 콘셉트는 유지하되 새로운 뭔가를 담아낼 것”이라고 자부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