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농협상호금융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PF사업 정리로 전국 단위농협의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상호금융은 전날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농협상호금융의 지난해 손익(금감원 기준)은 2조357억원으로 1년 전(2조2959억원) 보다 11.3% 감소했다. 특히 같은기간 연체율이 1.18%에서 2.65%로 급등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58%에서 3.01%로 치솟았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부진 등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수익이 감소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PF 사업 정리가 본격화될 경우 농협 등 상호금융을 포함해 제2 금융권의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2 금융권이 PF사업장에 돈을 빌려 주면서 담보로 잡은 토지나 사업시행권의 가격이 현재 폭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자재 값 상승 등으로 PF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된 결과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총선이 끝나면 부동산 PF발 금융·건설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올 연말까지 14조원의 PF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8%(8조2000억원)가 브리지론인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이용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으로 본PF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막대한 손해로 이어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PF발 불안요인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 부실사업장 정리·재구조화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PF 사업 정리를 주문한 것이다.
농협상호금융은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경영 및 손익관리 컨트롤 타워로 활용할 계획이다. 위원회 산하에 ‘농·축협 연체관리 TF’, ‘특별회계 수익성 제고 TF’를 두고 농·축협의 건전성 개선에 집중한다. 동시에 농·축협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상호금융 독립화 추진 TF’, ‘농·축협 신용사업 규제완화 TF’도 함께 운영한다.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는 이날 “농협상호금융은 최적의 운영체계를 갖추어 안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등 농축협 지원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며 “우리 모두 농·축협의 수익을 책임지는 상호금융특별회계 임직원이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대한민국 금융리더 농협상호금융 구현을 위해 변화하고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