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를 관통하는 말은 ‘정치 실종’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살리는 게 정치의 본연의 역할이지만 지난 4년간은 반복되는 정쟁 굴레에 진짜 정치는 없었다. 여야 모두 말로는 민생을 외쳤지만, 결국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했다.
22대 총선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범진보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만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완벽한 승리 또는 진보 진영에 국민의 무조건적 지지라고 보기 어렵다.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 여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 대한 질책이지, 특정 정치세력이 잘했다는 평가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이례적 돌풍은 이를 입증한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는 조국혁신당보다 낮은 비례대표 지지를 받았다. 진보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민주당 또한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방증이자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정권 심판’이 더욱 시급하기에 민주당에 투표하지만, ‘너희도 잘하지 못하면 똑같이 심판받을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다양한 계파가 조화를 이뤘던 민주당에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제되는 일명 ‘비명횡사’의 모습에 호남인들에게 적잖은 우려감을 느끼게 했다. 당권을 쥔 이들이 당내 견제 세력을 두지 않고 쫓아내려고 한다면 당 밖·범진보 진영 내 조국혁신당이라는 견제·경쟁 세력을 둠으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젠 진짜 정치가 필요한 때다. 정치의 기본 속성은 대화와 소통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175석 다수 의석을 준 것은 여당을 배제한 채 야당 마음대로 하라고 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면서 진짜 정치를 보여주라는 의미다. 그간 민주당은 거듭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대화와 소통의 의지를 보여줬던 만큼 그 역할을 실행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22대 국회 개원에 앞서 국회의장·상임위원장직을 둘러싼 논의도 관례나 일방적 주장이 아닌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진짜 정치를 하는 22대 국회를 기대해본다.
황인성 정치부장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