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산림 재난 부르는 산불 복원
2회: 대형 산불의 원인 “숲가꾸기vs 숲태우기”
3회: 산불 그 후, “자연 복원 vs 조림복원”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 산불 피해지 복구 방안을 두고 임도와 숲가꾸기, 조림복원 방식에 대해 사회적 찬반양론이 뜨겁다. 쿠키뉴스는 드론 등 다양한 촬영 장비를 준비해 밀양, 울진, 삼척, 강릉, 고성 등 산불피해지와 복원지를 환경운동가, 산림청 연구원과 함께 직접 현장을 돌아봤다. 학계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3회에 걸쳐 온·오프라인에 기사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심도 있게 게재한다.
2회: 대형 산불의 원인 “숲가꾸기vs 숲태우기”
- 급격히 증가한 건조일수가 가장 큰 원인
- 산림청, 일부 지역 상황 ‘침소봉대’
- 내화수림(불막이 숲) 조성해야
- 숲은 후손위한 미래자산
대형 산불의 원인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대형 산불이 증가하며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금강송 군락지까지 위협하며 큰 산불 피해를 입혔던 동해안 울진 산불을 비롯해 충남 홍성과 경남 합천 등 대형 산불이 서남해안까지 전국의 산림으로 확대되면서 매년 막대한 산림 소실과 탄소 배출을 일으키고 있다.
‘5월 아카시아 꽃이 피면 산불은 끝난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겨울가뭄에 이어 한 여름에도 폭염가뭄이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로 사계절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100ha 이상 산림을 불태우는 대형 산불 발생건수가 2017년 3건에서 지난2022년에는 무려 11건이나 발생했다. 세계적으로도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이 해외 산불처럼 기후위기가 가장 큰 원인일까? 우리는 산불을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리며 대형 산불 발생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기후재난연구소 최병성 상임대표(62)는 “한국과 비슷한 기후대에 위치한 일본과 중국은 대형 산불이 줄어들고 있다. 유럽과 달리 일본과 중국에 대형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조림해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 산림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비롯해 침엽수 위주의 산림 구조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산불 발생 2주년을 맞아 울진 산불 피해지 복구 현장을 돌아보았다. 조림복원을 위해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 민둥산이 되어버린 도로를 따라 양 옆 산 능선에는 여기저기 시커멓게 불탄 소나무들이 누워 있다. 산 아래에는 작업자들이 불탄 소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일정한 규격으로 자르면 굴삭기가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벌목 현장에서 만난 김진성(울진·62) 씨는 “몇 해 전만해도 듬직하게 서있던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이 불에 타 내 손으로 자르려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내가 살아서 다시 예전의 푸른 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도로 건너편 벌거벗은 산 아래에서는 불에 탄 나무들을 기계에 넣어 분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베어진 나무들이 가지런히 쌓인 도로 한편에 안전하게 차를 세우고 동행한 기후재난연구소 최 상임대표와 함께 소나무 묘목이 가지런히 심겨진 있는 조림복원 현장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복원 현장 산 중턱에 베어져 쌓아놓은 나무들을 살펴보니 나무 윗부분까지 모두 불에 탄 소나무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고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민둥산 중간 중간에는 산불이전 숲가꾸기 당시 베어져 나간 활엽수들이 산불에 몸은 모두 탔지만 뿌리는 죽지 않고 살아 연초록 움싹을 틔우고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진달래 꽃 역시 불에 탄 그루터기 근처에서 분홍빛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냈다. 어디선가 진달래꽃을 찾아 날아 온 호랑나비 한 마리가 불 에 타고 파헤쳐져 알몸을 드러낸 빈숲에 다시 살아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숲가꾸기인가, 숲태우기인가’
최 상임대표는 “산불 피해가 발생한 많은 지역이 송이 재배를 위한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는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해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울진 산불은 놀랍게도 산불이 소나무만을 타고 이동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아닌 ‘산림 구조’의 문제임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훨씬 잘 타고 솔방울이나 송진에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산불 속도가 3배에서 무려 20배나 더 빠르다. 산림청은 ‘숲가꾸기’를 하면서 산불에 강한 활엽수를 베어내고 관목을 비롯해 하층식생을 제거하고 불에 잘 타는 소나무만 남겨놓았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자 공기 차이에 의해 산불이 빠르게 이동 확산되며 대형 산불이 된다는 것을 송이산 산불 현장들이 입증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 역시 “숲가꾸기 사업을 명목으로 소나무만 남기고 산불에 강한 참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수를 잡목이라 여기고 베어버리고 있다. 나무를 솎아낼수록 빗물의 유출량은 늘어나고 토양은 말라가면서 숲을 통과하는 바람은 점차 빨라진다. 숲가꾸기를 통해 얻는 것도 있겠지만 결국 소나무 숲은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되고 대형 산불 발생 시 쉽게 꺼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 정책을 주관하는 산림청은 정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산불연구과장은 “산불의 원칙은 탈것이 많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숲가꾸기를 하면 탈 수 있는 연료량이 줄어든다. 타더라도 지표화가 된다”면서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으면 열기도 높고 탈 것(연료물질)이 많으니 자연히 불의 강도가 높아진다. 구조(실내)산불과 달리 야외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소가 부족하지 않다. 숲가꾸기를 안 한 곳이 불이 덜 탄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일부의 경우를 전체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과장은 “활엽수 역시 불에 안타는 것이 아니라 더디게 타는 것이다.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대부분 활엽수림”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활엽수를 많이 심어서 산불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산불은 나무의 큰 줄기가 타는 수간화, 그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화, 바닥의 낙엽과 초본류가 타는 지표화, 그리고 땅 속 낙엽 분해물과 뿌리까지 타들어가는 지중화 등으로 구분한다.
산불의 경우 수관화가 되면 나무가 모두 죽고 불이 크게 번진다. 따라서 산불이 발생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지표화에서 더 이상 나무 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산불 대형화의 원인인 수관화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최 상임대표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키 작은 나무들이 자란 곳은 바람의 확산을 막아 산불을 지표화로 유도해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면서 “지난 밀양산불에서도 분명히 확인되었고 증거자료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병두 산림연구과장은 “그건 아주 일부의 경우이다. 산림 내 작은키나무나 죽은 가지 등을 자르거나 없애면 산불이 났을 때 지표화 강도가 약해져 수관화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2021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숲가꾸기를 실행한 숲에선 산불확산속도가 41% 느려졌고, 토양수분함량은 79% 늘었다”고 말했다.
임도(林道)가 화도(火道)?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산불 진화를 목적으로 개설된 임도 역시 역할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임도는 급경사면에 만들어져 산사태를 일으키고, 숲을 안 좋은 형태로 훼손한다”면서 “임도가 있으면 바람 세기가 강해지는데 이 길을 따라 불길이 오히려 번진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한 “우리는 그동안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임도와 산불 진화장비 부족을 탓 해왔다”면서 “하지만 강릉산불과 울진, 합천, 밀양산불 현장에는 산불 진화 장비가 접근 가능한 도로와 임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산불로 확산되었다. 대형 산불의 원인에 대한 올바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목재산업과 조영희 과장은 “임도가 산불 확산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불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임도는 꼭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운행하면 차 옆으로 바람이 부니 자동차를 운행하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임도를 따라 조금 더 바람이 불수는 있겠지만 기상 조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것일 뿐 임도 영향으로 산불이 크게 확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황진성 박사는 “산불의 효율적 예방 및 진화를 위한 임도의 시설기준, 산불과의 상호 관계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또한 “임도의 다양한 가치를 구명하고, 환경친화적 임도 시설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 및 확대 적용될수 있도록 함께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불탄 민둥산 정상에 서다.
소나무 군락이 문제일까, 인간의 간섭이 문제일까, 기후가 문제일까?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 불씨가 커지는 과정에는 숲의 구조, 수종, 바람의 세기와 방향, 온도, 경사 등 수십 가지의 요인이 개입해 불을 키우기도 하고 끄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특정 요인이 산불 확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가도 다른 산불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산불 발생원인 에 대해 식견이 짧은 기자의 입장에서는 양측 주장에 모두 고개가 끄떡여졌다.
나무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이미 수백 년을 살았고 지금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보다도 먼저 태어난 생명이었다. 이제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보다 어떻게 천년 숲을 산불로부터 지켜낼 것인가, 언제든 다시 찾아올 대형 산불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민둥산 정상아래 불에 타 베어진 거목들 사이로 줄지어선 묘목들이 지나는 바람에 떨리고 있다.
밀양·울진·삼척·강릉‧고성=글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최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