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렸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

“눈 가렸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

서울교육청, 안내견 보행체험 행사 개최
조희연 교육감 “어둠 속 세상 체험, 장애 이해하는 좋은 경험 되길”

기사승인 2024-04-25 14:41:45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함께 걷는 길,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유민지 기자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어둠속에서 세상을 느껴보니 무서웠습니다. 안내견의 작은 움직임도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5일 시교육청에서 개최된 ‘함께 걷는 길,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행사’에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제12기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참여단의 장애인식개선 활동 정책 제안으로 마련된 이벤트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주관하고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협업했다.

행사 시작 전 조희연 교육감은 안대를 쓰고 안내견과 함께 등장했다. 9층에서부터 안대를 착용하고 안내견과 동반해 11층 행사장소까지 함께 이동한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했음에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며 “우리 학생들도 오늘 체험이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장애학생에 대한 질 좋은 교육이 곧 비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장애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는 사회는 비장애학생이 더 좋은 교육을 받는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관내에 지난 20년간 만들지 못한 특수학교를 만든 것도, 더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곳곳에 안내견이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소리도, 행사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소음에도 안내견은 시선만 줄 뿐 파트너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이날 행사를 함께 한 안내견은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출신이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세계 안내견협회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 기관이다. 삼성화재는 1993년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 학교에 대해 소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 사장은 “안내견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안내견과 시각장애파트너가 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안내견 인식개선 교재 전달식도 진행됐다. 삼성화재는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를 개발해 서울시교육청에 1000부 교재를 보급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함께 걷는 길,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유민지 기자

안내견 양성 과정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유석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담장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안내견 학교 입학 전 안내견을 가정으로 데려가 1년 동안 사회화 교육을 진행하는 ‘퍼피 워킹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 안내견들이 짖거나 뛰지 않는 이유는 ‘퍼피 워킹’을 해서 그렇다”며 “버스와 지하철 등을 타며 안내견이 적응할 수 있는 사회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은퇴견 홈케어 자원봉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안내견 양성에 지역사회와 비장애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하는 삶을 나누는 토크도 진행됐다. 시각장애인 교사인 윤서향 중계중학교 선생님과 선생님의 안내견 찬란 그리고 이송현 중계중학교 학생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안내견을 대하는 에티켓, 주의사항 등 교육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실제 학생들이 안내견과 보행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학생들은 서울시교육청 옆인 경희궁 앞 공원에서 안대를 쓰고 안내견에 의지해 정해진 코스를 돌아오는 체험을 진행했다.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저마다 “짧은 거리인데, 왜 이렇게 긴 것 같지”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무서웠다” “허리를 펴고 걷기가 힘들다” “안내견 말고 의지할 수 있는 게 없다”등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일 ‘제44회 장애인 날’을 맞아 서울특수교육을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조희연교육감은 “공존 교육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을 넘어 공존을 향한 공감의 특수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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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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