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따른 자율배상 영향으로 감소했다. 다만 충당부채를 제외하면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역대 최대를 다시 갱신하거나 괜찮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전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2291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800억원(12.1%) 감소한 수치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감소한 것은 홍콩ELS 배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주된 원인이다. 각 금융지주들의 배상액은 KB금융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2740억원) △하나금융(1799억원) △우리금융(75억원) 순이다. 4대 금융을 모두 합치면 총 배상액은 1조3234억원에 달한다.
각 금융사별 실적을 보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1년 만에 리딩금융(금융그룹 실적 1위) 지위를 재탈환했다. 신한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2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신한금융의 실적 감소는 전체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또한 시장 컨센서스(1조2377억원)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에서는 홍콩 ELS 손실 관련 2740억원의 보상비용을 충당부채로 반영했지만, 이자·비이자이익과 주요 계열사 실적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순익 감소 폭이 4.8% 수준에 그친 것으로 설명했다.
리딩금융을 차지한 신한금융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분기 주당배당금을 540원으로 결의했으며, 2·3분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KB금융은 ELS 관련 충당부채 8620억원을 쌓으면서 1분기 당기순익이 1조491억원으로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 30.5% 감소한 수치다. 홍콩ELS 충당부채를 제외하면 리딩금융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KB국민은행이 홍콩ELS를 가장 많이 판매(7조6695억원)했던 만큼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KB금융 관계자는 “ELS 배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으로 경상적 수준의 견조한 이익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자율배상에 따른 비용을 1분기 충당부채에 선반영한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KB금융의 실적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KB금융의 순이자마진(NIM)은 2.11%(0.07%p↑)로 집계됐으며, 이자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여기에 KB금융은 견조한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금융업권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연초에 미리 연간 배당총액을 정한 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현금배당 총액은 1조2000억원, 분기마다 3000억원씩 배당이 진행된다. 1분기 주당 배당금은 784원으로 결정됐다.
하나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이는 시장 컨센선스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에프엔가이드 기준 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9062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합한 핵심이익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으나, 은행의 홍콩 ELS 충당부채(1799억원)와 환율 상승에 따른 F/X 환산 손실(813억원)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주당 600원의 현금 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연초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2분기 내 완료해 소각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홍콩ELS 충당금은 75억원 수준이지만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소폭 줄고 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2조5488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2조1980억원으로, 조달비용 증가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다만 우리금융은 이번 분기에 충당금을 전액 반영해 추가적인 손실은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다만 (롯데손보 인수에)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게 기본 원칙으로, 언론에서 언급된 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 JKL 파트너스는 보유한 지분 77.04%에 대한 매각가격으로 2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