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안 넘나” ‘농협 정조준’ 금감원 지켜보는 농식품부

“선 안 넘나” ‘농협 정조준’ 금감원 지켜보는 농식품부

금감원, 농협지주·은행 정기검사 예고
농협중앙회 소관 부처 농식품부, 심기불편
배임사고로 시작했지만…지배구조 문제 삼은 금감원
“지배구조 변화 쉽지 않을 것”

기사승인 2024-04-30 06:00:38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정기 검사를 앞두고 금융감독원과 농림축산식품부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농식품부는 지주사인 농협중앙회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소관부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정기검사는 내달 중순부터 실시된다. 금감원이 지난 22일부터 두 금융사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지난달 7~8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농협 지배구조 들여다보는 금감원

이를 두고 금감원이 농협은행 사고를 빌미로 농협중앙회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이라는 제목의 참고 자료를 내며 이를 부인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 나선 배경을 2가지로 설명했다. 금감원은 주요 대형은행에 대해 2년마다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2022년 5월 정기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검사 주기가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검사한 결과 은행 직원이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됐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번 정기검사는 배임사고보다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감원은 해당 자료에서 “검사 시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개선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련 법규 내용으로 ‘주요 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를 예시로 들었다. 

금감원은 중앙회의 부당한 인사·경영 개입이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약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농협금융 감독 강화를 두고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적정성을 보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는 됐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금융지주에 미치는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농식품부, 금감원 권한 넘어서는지 예의주시

농식품부에서는 농협을 금융논리로 재단하려 금감원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협동조합법 1조에서는 농협 설립 목적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농협은 지배구조가 다른 금융지주와는 다르다. 사실상 주인이 없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금융지주→은행·증권 등으로 지배가 이어지는 구조다. 농협중앙회장은 각 지역 및 직능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로 선출되고, 200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농협중앙회장이 금융사 인사권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초 농협금융 계열사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금감원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9일 쿠키뉴스에 금감원이 예고한 정기검사에 대해 “금감원이 혹시 권한을 넘어서는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협지주 회장이 새로 임명되면 매번 금감원에서 한 번씩 딴지를 걸었는데, 이번은 특히 강도가 심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번에 농협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금감원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는 점이 이번 정기검사 진짜 이유 아니겠나”라며 “이전에도 금융당국의 농협 길들이기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 그게 쉬웠으면 진작에 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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