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조지아를 방문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단 간담회에서 “1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여러 가지 일시적 요인도 있지만 그래도 수출이 좋아지는 것 자체가 국내 생산 등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성장률이 1%를 넘긴 건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2%인데 한국은행도 수정할 것이고 기재부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성장률과 환율이 관건이다. 우리 정부 임기 내 1인당 GDP 4만불은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한국 1인당 GDP는 2024년 3만5000달러에서 2025년 3만7700달러, 2026년 4만500달러, 2027년 4만3500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2142달러다.
총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1분기 국내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오는 23일 GDP와 물가 수정 전망치를 공개한다.
최 부총리는 “하반기 물가 2% 초중반으로 안정화를 기대하고 노력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올해 2~3월까지만 해도 3%대를 나타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9%로 내려왔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 오름세와 중동 지정학적 위험 등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고물가는 공급자 측 충격의 영향”이라며 “물건을 수입하는 단계부터 유통단계별로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를 잡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한국 경제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비은행 금융기관과 증권사 일부가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특히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 증가 추세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레나 쿽(Rena Kwok)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애널리스트는 6일 ‘한국의 부동산 분야 스트레스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부동산 분야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전염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고조되고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경우 더 큰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금융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3554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은행과 비은행권 간 상호거래가 1236조원(34.8%), 비은행권 내 상호거래는 2145조원(60.3%), 은행권 내 상호거래는 174조원(4.9%)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에도 “한국이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 분야에서 면밀히 주시해야 할 약한 고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티로웨프라이스와 노무라증권 등 일부 금융기관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