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부자’ 모셔라...프리미엄 점포 늘리는 은행권

‘찐부자’ 모셔라...프리미엄 점포 늘리는 은행권

“프리미엄 점포 늘릴 것” 잇따라 밝힌 은행들
금융자산 수십억 이상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
비이자이익 확대 위한 새로운 먹거리

기사승인 2024-05-09 06:00:08
2021년 1월 27일 통합 이전으로 폐쇄된 서울 천호대로 KB국민은행 천호동지점에 영업점 통폐합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은행간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이 뜨겁다. 시중은행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반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를 위한 점포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스퀘어에 종합자산관리센터 ‘KB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2호점을 열었다. KB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는 KB금융의 프라이빗 뱅킹(PB) 브랜드 ‘KB 골드앤와이즈’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에게 개인 자산관리는 물론 가족, 회사, 재단 등 본인의 모든 자산에 대해 ‘부(富)의 증식과 이전, 가업승계’까지 고려한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개소식에는 KB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광고모델 이영애, 양종희 KB금융 회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KB금융은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연말까지 3호점인 도곡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시니어는 물론, ‘영앤리치(Young & Rich)’ 자산가 잡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고액자산가 대상의 WM 전문 브랜드 ‘투체어스’ 광고 모델로 아이유, 김희애를 내세운 광고를 선보이며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투체어스W’ 영업점을 기존 6개에서 2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올해 초 밝히기도 했다.

하나은행도 2월 여의도 PB센터점에 연금 VIP 손님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열었다. 1억원 이상 IRP/DC 연금자산을 보유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 노후준비를 위해 마련된 전문 상담센터다. 연금 더 드림 라운지는 지난해에만 △CLUB1PB센터지점 △영업1부PB센터지점 △부산 International PB센터 △대구중앙지점 △광주금융센터지점 등 전국 5개 영업점 내에 개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초고자산가 가문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PWM’은 신한PIB 강남센터와 신한패밀리오피스 서울·반포센터, 신한PWM 강남·광주·대구·대전·부산·도곡·목동·분당·서교센터 등 전국에 총 26개의 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고령화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WM 사업이 금융권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탁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신탁·수수료이익을 통한 비이자이익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비이자이익은 외화·신탁·신용카드·뱅킹(이체)·방카슈랑스·펀드 등을 통해 얻는 수수료 이익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비이자 부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지주와 은행에 비이자이익 강화를 주문해왔다.

하지만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리미엄 점포는 늘리면서, 비대면 금융 확대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반 금융소비자 대상 점포는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서비스의 빈부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국내 영업점포는 2826개 이다. 1년 전 2883개에서 57개(1.9%)가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는 △2020년 3303개 △2021년 3079개 △2022년 2883개로 내림세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 간사는 “은행들이 과거에는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이자장사’에서 탈피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그 중 하나가 WM, 크게 보면 금융자문 등 투자은행(IB) 기능 강화”라면서 “다만 IB 분야로의 인력 등 은행 자원 쏠림으로 인해 고령자·수도권 밖의 소비자 처럼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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