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인터넷 은행 약진 속에 지방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5대 금융지주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반영하고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이 1조3215억원으로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KB(1조491억원)·하나(1조340억원)·우리(8245억원)·NH농협(6512억원) 순이었다. 특히 KB금융은 8620억원의 ELS 손실배상 충당부채 적립에도 1조원대 실적을 지켰다. 은행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9286억원 △하나은행 8432억원 △우리은행 7897억원 △농협은행 4215억원 △KB국민은행 3895억원 순이었다.
대환대출 서비스 효과를 톡톡히 본 인터넷은행도 약진했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11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분기 최대 실적이다. 1년 전 대비 9.1% 성장했다. 대환대출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중 타행 대출을 갈아탄 경우가 62%에 달했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제공하는 은행권 전체 대환 대출 서비스에서 카카오뱅크 점유율은 주담대가 31%(총 32개 금융사),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46%(총 21개 금융사)를 차지했다. 홍콩H지수 ELS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서도 자유로웠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는 일부 지방은행을 제쳤다.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중 BNK 부산은행(1252억원), DGB 대구은행(1195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카카오뱅크보다 실적에서 밀렸다. 뒤이어 BNK경남은행(1012억원), 광주은행(731억원), 전북은행(508억원) 순이었다. 지방금융지주 3사 실적도 뒷걸음질쳤다. BNK·DGB·JB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총 5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5882억원)보다 9.1% 감소한 수준이다.
지방은행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PF 부실 우려와 기업 경기 침체로 충당금을 대거 적립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DGB금융은 1분기 충당금으로 1595억원(전년 동기 대비 44.5% 증가)을 적립했다. BNK금융은 같은 기간 32.7% 증가한 1658억원의 충당금을, JB금융도 같은 기간 17.5% 늘어난 1056억원의 충당금을 기록했다.
연체율도 좋지 않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보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크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5대 지방은행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7.4% 수준이다. 5대 시중 은행 평균(40.4%)보다 높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 말 대기업 연체율은 전월보다 0.06%p 오른 0.18%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0.1%p 오른 0.7%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로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며 지방은행은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시중은행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방은행보다 더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재중 BNK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시중은행들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기업대출에 적극성을 보이며 부산·경남은행에서 대출 이탈이 있었다”며 “상당한 고민이 있는데 방어선을 어디에 형성해야 할지, 금리 경쟁을 따라갈 수 없고 가격 이외의 것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방은행의 2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정리 방안이 5월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격적 영향은 2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할 전망”이라며 “최하 등급 PF 사업장에 대해 75%의 충당금 적립이 요구된다고 가정해 계산해본 결과, 상대적으로 브릿지론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큰 BNK 금융지주 등의 충격이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