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청소년들이 결혼 후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비율이다. 지난 2월1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3명만이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했고, 19.8%만이 결혼 후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생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필수가 아닌 선택, 개인의 자유로 여기는 것이 최근 청년들의 변화한 인식이다. 그러나 정책은 변한 청년들의 가치관을 담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문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저출생 해법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과거 취업-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던 생애주기 공식은 최근 청년들에게는 다양화됐다. 유 위원은 “과거에는 공식처럼 생애주기가 이어졌는데 최근 청년들의 삶은 다르다”라며 “대학도 취업도 모든 게 선택인 시대이며 출산도 선택이 된 것은 세대 간의 흐름이 바뀐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세대는 개개인의 삶을 지향하고 본인만의 가치를 중시한다”라며 “각자의 특성이 다양한데 청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청년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대체로 단편적인 상황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자 결혼을 유도할 수 있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 ‘신혼부부 청약 완화’, ‘출산가구 현금 지원’ 등을 발표하고 청년들에게 혼인과 출산을 왜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 정책은 청년들에게 반감을 준다.
청년들 “결혼, 출산 포기하지 않았다”
“출산 왜 안 해?” “결혼 왜 안 해?” 정부와 사회가 청년들에게 던지는 질문 전제조차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 위원은 청년들은 사실 출산과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들을 만나서 저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오히려 질문이 잘못됐다고 답한다”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청년들은 일을 하다 결혼 하고 출산하는 건 선택할 수 있는 건데 사회적인 시선은 결혼에 대해 ‘너 이렇게 빨리 결혼해도 괜찮겠어?’, ‘더 일하다 애 낳아’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유 위원은 “'손해의 영역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론인 ‘전망이론’”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프레임 안에 있어야 청년들도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출산을 손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을 한 사람들은 출산에 대해 힘들지만 가치있다라고 말을 하는데 안 낳아본 사람들은 출산 가치를 모른다”라며 “그런 상태에서 애 낳으면 힘들다, 경력 단절 등에 대해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다 보니 청년과 출산이 더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편적인 정책보다 청소년들의 인식과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는 “청소년들도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여기고 있는데 교육도 중요하다”라며 “무조건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란 가치가 이런 거고 1인 가구 등 형태가 다양하지만 결혼과 출산도 이런 가치가 있어라는 걸 알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청소년의 경우 원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예를 들어 부모님이 나를 위해서 일도 열심히 했지만 육아휴직을 해서 나를 잘 케어해줬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부모님을 통해 육아와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들어야 청년이 되어 출산, 육아 등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나 청년들은 자아실현 욕구가 커 경력 단절은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유 위원은 “저출산의 가장 큰 이슈는 일과 육아의 병행”이라며 “청년들은 자아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이고 사회적으로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일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신혼부부 저금리 대출이 무슨 도움이냐”라며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다. 결국은 사회적인 구조가 일과 육아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기면 출산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저출산은 거대한 하나의 프로젝트, 우리나라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국가적인 위기 인식이라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어떤 지점에서 고민하고 어떤 부분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저출산은 인식과 정부 정책 지원,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라며 “기업에서도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