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만성질환 증가세가 심상치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만성질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만8888명에 그쳤던 20대 당뇨 환자는 2022년 4만2657명으로 5년 새 47.4% 늘었다. 고혈압 역시 같은 기간 20대가 가장 큰 증가폭을 그리며 30.2% 불었다. 젊은 만성질환은 합병증을 더 이른 나이에 부르고 향후 사회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의 선제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은 등록 대상이 30세 이상이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2019년부터 동네의원을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사업을 전개 중인데, 이용자 대부분이 50세 이상이다. 이용이 저조한 20대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고민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가 가정에서 자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택의료사업도 있지만 이는 1형 당뇨에 한해 이뤄진다. 2형 당뇨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에서 아우르고 있는 터라 사업의 중복성을 감안해 자가 관리 대상엔 포함시키지 않았다. 발생 시기 등에 따라 1형 당뇨는 ‘소아 당뇨’, 2형 당뇨는 ‘성인 당뇨’로 일컫는다.
상당수의 젊은 만성질환자들은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밝힌 ‘고혈압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20대의 고혈압 인지율은 20% 수준이다. 20대 이상 전체 인지율이 7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자극적이고 간편한 고칼로리 음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만성질환 확산은 예견된 일이다. 또 확산세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20대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20대가 놓인 환경을 바꿀 순 없으니 그 환경에서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챙길 수 있도록 인식 제고 기간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진료의 활용 범위를 넓혀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의료계에선 20대에 적정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조기 검진을 강화하고, 젊은 만성질환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의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역사회가 20대 자가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연구를 통해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 지속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20대의 만성질환 현황을 세심하게 다뤄나가야 한다. 더불어 늦지 않게 보완책을 검토하길 바란다. 호미로 막을 일에 가래를 쓰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되겠다.
김성일 건강생활부장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