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성 배진수(류준열)는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돈 좀 만져보겠다고 사채까지 끌어모아 야심 차게 시도한 투자가 사기였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그가 하루에 버는 돈은 7만8000원. 시급 9860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엔 인생이 녹록지 않다. 모든 걸 포기하고 몸을 내던지려는 그때, 그의 휴대전화로 100만원씩 입금됐다는 알림이 뜬다. 당신이 포기한 시간을 사고 싶다는 의문의 메시지. 배진수는 기꺼이 응한다.
‘더 에이트 쇼’ 어땠어?
잔혹한데 혹한다는 표어와 딱 맞는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어도 보는 것을 멈출 순 없다. ‘더 에이트 쇼’는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상황을 설정해 여러 인간군상을 부각한다. 시간이 곧 돈인 세상에서 각자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충돌하며 시시각각 균열이 일어난다. 참가자들은 어떤 층을 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시급을 받는다. 쇼 안에선 물가가 바깥세상의 1000배에 달한다. 버는 액수가 많다 해도 결국엔 바깥세상과 다를 바 없이 살게 된다. 출발선상이 다른 참가자들은 공존과 화합을 추구하지만 점차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삶의 양식을 갖춘다. 처음엔 평지에 나란히 앉아있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낮이가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
‘더 에이트 쇼’는 인간 사회의 단적인 축소판을 조금 더 원초적이고 자극적으로 그린다. 인생을 포기하려던 사람들에게 시간만 쌓이면 거액을 받는다는 조건은 더없이 달콤하다. 각자가 절실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혹자는 의도적으로 선을 넘는다. 처음엔 평화롭게 규칙을 만들어 공존하려던 이들은 점차 본색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선심이 일을 그르치고, 어떤 이의 이기심은 평화를 해친다. 정의를 추구하려 해도 모두의 마음이 같지 않으니 쉽지 않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각 참가자가 힘과 두뇌 등 본인 능력과 관계없이 운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에 임한다는 점이 다르다. 극적 요소가 다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각 캐릭터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어 이입할 여지도 충분하다. 알록달록한 연출을 보는 맛도 좋다. 시리즈물에 걸맞게 매회 엔딩 역시 말초적인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잔혹해지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 보는 이에 따라 ‘10초 뒤로’를 연타해야 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전편 공개.
주목! 이 장면
제 돈을 아끼기 위해 참가자들은 공용 시간을 벌기에 나선다. 시행착오 끝에 이들이 택한 건 장기자랑. 연기 잘하고 끼 많은 배우들이 모여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준다. 각 인물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3화의 이 장면은 앞으로의 전개를 갈음할 수 있게 하는 맛보기 장치다. 마음 편히 웃을 장면도 나온다. 배우 박정민이 맡은 7층의 ‘코코더 쇼’가 압권이다. 극에서 몸이 불편한 1층을 연기한 배성우는 의외의 장기를 보여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내레이션을 맡은 쇼의 화자 3층(류준열)의 고뇌는 공감을 자아내 작은 웃음을 안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