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먹구름’…“2027년 착공 절대 불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먹구름’…“2027년 착공 절대 불가”

국토부, 2027년 착공‧2030년 입주 목표
전문가 “분담금 5억 예상, 자금 여력 관건”

기사승인 2024-05-24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방안을 내놓았다. 일단 선도지구를 선정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매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계획을 두고 절대 불가능한 일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23일 부동산업계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2027년 착공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조합원 설립과 이주대책, 재건축 분담금 등이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9~2030년에서야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계획’을 통해 올해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2만6000가구를 선정해 오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선정 물량은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4000가구다. 신도시별로 추가로 1~2개 구역을 제시한 물량 대비 최대 50% 이내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

국토부는 노후 주택이 많은 만큼 매년 일정 물량을 선정해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분당은 올해 8000가구에 이어 내년 6000가구, 2025년 5000가구 등 2033년까지 10년간 총 8만4000가구 정비가 계획됐다.

정부의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빠른 주민 동의율이 관건이다. 선도지구 공모에 신청하려는 주민들은 최소 구역이나 단지의 소유자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신청서를 낼 수 있다. 동의율이 50% 이상이면 10점을 받고, 95%를 넘기면 60점을 받는다. 주민동의율 항목에서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다. 또, 토지 등 소유자의 20% 이상이 반대하는 단지가 1곳이면 10점, 2곳 이상이면 20점을 감점한다.

여러 노후 단지를 합쳐 재건축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단지가 함께 신청하는 점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단지별로 의견이 다를 경우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별 감정평가 역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통상 재건축‧재개발 기간은 평균 10년이 소요된다.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하다. 최근 서울 기준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없을 시 공사비 900~1000만원대가 예상된다. 또 조합원 개인 분담금도 5억원대로 예상됐다. 서울에서도 높은 분담금으로 인해 재건축을 포기,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갈등이 이어지는 점을 볼 때 1기 신도시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장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주민 동의율이 높을 수 있으나 추후 추가 분담금이 나올 시 엄청난 반대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조합원 분담금은 최소 5억원이 예상된다”라며 “지역별 예상 수익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건축보다 서울에 아파트 매매가 낫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좋으나 정부 일정이 무리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문도 서울 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하다. 2029년~2030년은 돼야 착공이 가능할 것 같다”라며 “여러 단지가 모여야 유리한데 단지별 의견 조율, 조합장 선정 등 의견 조율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그 과정에서 단지 간 갈등 등에 대한 대안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주대책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라며 “정부 계획은 굉장히 빠듯한 기한”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추진 속도가 다를 것”이라며 “결국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크고 지역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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