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단기 카드 대출을 이용한 영향이다.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p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2% 초반대를 기록한 연체율은 하반기 2% 후반대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3% 선을 넘어섰다. 연체율이 3% 후반대가 되면 2003~2005년 카드대란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종전 최고치는 3.8%(2005년 8월)였다.
2003년 카드대란 사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해 카드회사들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사회에서는 대량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사건이다.
이를 두고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한 차주가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 카드론 등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19.5점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평균은 927.6점, 인터넷은행 3사 평균은 906점이었다.
5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3사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11월 896.8점 △12월 898.6점 △1월 904.1점 △2월 916.8점으로 오르는 추세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였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서민 대출을 조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지난 3월 여신 잔액은 101조3777억원으로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