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사령탑을 잃었음에도 맹렬한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한화는 2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23승(1무29패)째를 올린 한화는 4연승을 달렸다.
이날 한화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루키’ 황준서다. 선발투수로 나선 황준서는 6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2피안타 5사사구 6탈삼진으로 호투를 선보였다. 데뷔 최다 이닝이자 1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투구로 위기를 벗어났다. 황준서의 낙차 큰 포크볼에 롯데 타자들은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한화는 1회 터진 안치홍의 선제 투런포와 황준서의 호투 덕에 롯데를 손쉽게 제압했다.
현재 한화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27일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임했고, 함께 박찬혁 대표이사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세 시즌 동안 함께 했던 펠릭스 페냐를 방출하기도 했다.
충분히 흔들릴 수 있던 상황. 하지만 한화는 오히려 진격하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연승 두 번 포함 7승1패 호성적을 거뒀다. 중위권이 모두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4위 삼성 라이온즈는 4연패, 5위 NC 다이노스는 6연패로 부진 중이다. SSG 랜더스는 더 심한 8연패에 빠져 6위로 추락했다. 29일 기준,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위 NC와 한화의 경기 차는 단 3.5경기에 불과하다. 시리즈 한 번에 순위표가 요동칠 수 있는 셈이다.
비결은 선발 야구에 있다. 7승1패 기간 동안 한화는 선발 평균자책점 2.88(40.2이닝 13실점)로 해당 부문 리그 선두에 올랐다.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5.10으로 리그 8위에 오른 점과 대비된다.
흔들린 ‘에이스’들이 제 궤도를 찾았다. 시즌 초반 ABS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류현진은 5월 들어 ‘류현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NC전 6이닝 2실점을 시작으로, 19일 삼성 경기 5이닝 무실점, 25일 SSG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28일 두산 베어스전 3.1이닝 9실점 최악투로 퓨처스리그에 강등된 문동주 또한 1군에 올라와 연속 쾌투를 펼쳤다. 지난 21일 LG 트윈스와 1군 복귀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예열을 마친 뒤 28일 롯데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페냐가 빠진 자리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22승에 빛나는 하이메 바리아로 채웠다. 바리아는 지난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34경기에 등판해 2승6패 평균자책점 5.68의 성적을 올렸다. 만약 바리아가 ‘외인 에이스’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는 더 안정적인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선발이 든든히 버티니, 타선도 힘을 얻었다. 같은 시기 한화 팀 타율은 0.307로 압도적인 리그 선두에 자리했다. 안치홍(타율 0.452 3홈런)을 중심으로 황영묵, 이도윤 등이 맹타를 휘둘렀다. 김태연도 4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폭발했다. 페라자와 채은성도 타율 0.320으로 클린업트리오의 진가를 드러냈다.
약체를 상대로 올린 기세가 아니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주 21~23일에는 선두권인 LG를, 24~26일에는 SSG를 맞아 총 4승1패를 거뒀다. 이번에 상대한 롯데도 지난주 5승1패로 분위기가 최고조였다. 하지만 한화는 롯데의 상승세를 꺾고 3연속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추락하던 독수리 군단이 ‘선발 야구’로 날개를 다시 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은 한화가 ‘대전의 봄’에 이어 여름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