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연대에 나섰다. 전삼노가 상급단체를 기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 전격 투쟁에 나선 전삼노는 상급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별다른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앞서 문화행사로 열린 집회에도 참여했으나 소개 또는 연대 발언은 없었다.
반면 전삼노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8일과 같은 달 9일 연달아 전삼노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노동자들의 행동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빛을 찾는 여정에 금속노조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지원도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 금속노조 조합원 약 200명이 참석했다. 같은 달 29일 연가 투쟁을 통한 첫 파업을 선언하는 자리에도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금속노조 19만 조합원은 전삼노와 연대할 것”이라며 “삼성에서 노조를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금속노조는 전삼노의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전삼노가 민주노총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노총보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정권 비판·퇴진 운동 등 노조와 직접적 관련 없는 정치 활동에 더 많이 나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를 추구하며 모인 조합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삼노가 노조원을 위한 활동보다 민주노총 조직화에만 힘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상급단체 없이 활동 중인 삼성그룹초기업노조는 “삼성 안에 노사상생모델의 노조를 뿌리내리기도 전에 상급단체를 통한 조직화와 위력강화에만 집중하는 전삼노의 행동에 대해 대다수 삼성 직원의 상식과 의사에 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직원의 근로조건 향상이나 경제적 지위 향상과는 관련 없이 민주노총의 행동강령을 따르는 발언에 공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불만도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의 연대가 조합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은 “전삼노가 정치색으로 물들고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노사협의회 선거와 문화제 가수 초청 비용 등 여러 활동 관련해 사내 게시판이 시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도 “그나마 전삼노는 직원을 위하는 ‘노조다운 노조’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상급단체 변경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다수가 정치화된 노조 활동에 대한 반감이 심한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상급단체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상급단체에 가입·탈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절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상급단체 변경을 두고 ‘노노 갈등’이 격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기존 한국노총 소속이던 전국철도노조는 지난 2002년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반대로 KT는 지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 한국노총 소속이 됐다. 포스코자주노동조합은 지난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탈퇴, 기업노조 형태로 새롭게 출발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왔다. 그러나 노사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재개했으나 파행됐다.
전삼노는 오는 7일 조합원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한 ‘연가 투쟁’ 형태의 파업에 돌입한다. 전삼노 노조원은 지난달 27일 기준 2만8400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인원의 약 23%다. 전삼노 노조원은 전국에 있는 모든 삼성전자 사업장에 포진해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